한국 최초의 현대무용단인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아 4∼5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기념공연을 가진 뒤 해단을 선언한다.
한국에서 현대무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한국 현대무용의 대모’로 불리는 육완순(82)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이화여대에 부임한 1963년부터다. 마사 그레이엄 위주의 현대무용 테크닉과 표현방식을 토대로 제자들을 키워냈다. 그리고 75년 12월 5일 8명의 제자들과 함께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을 창단했다.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은 또한 수많은 대학 동문무용단의 효시이기도 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현대무용을 일반 대중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대학에 잇따라 무용과가 설치되는 데도 기여했다. 2000년대 국내 대학 무용과는 50여개로 늘어났다.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을 모델로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등 동문무용단이 앞다퉈 등장했다.
교수가 중심이 되고 졸업생 및 재학생들이 단원으로 활동하는 대학 동문무용단은 1980년대 한국 무용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무용교육을 위해 출발한 동문무용단이 창작활동을 주도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젊은 무용가가 동문무용단의 인맥 없이 혼자서 무대를 가진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무용 발전을 견인했던 대학 무용은 2000년대 이후엔 되레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특히 동문무용단이 젊은 무용가들의 표현방식을 획일화함으로써 도전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대학 인맥과 관련 없는 전문적인 독립무용단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동문무용단의 존재감은 매우 미약해졌다.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도 지난 몇 년간 활동이 거의 없었다. 현재 동문무용단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로 구성된 LDP가 거의 유일하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의 해단은 우리 무용계의 변화와 동문무용단 시대가 끝났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육완순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이 해산하더라도 창단 당시의 정신은 수많은 후진에게 이미 계승되고 있다”면서 “이번 40주년 기념공연은 후진들에게 ‘아름다운 정신’을 물려주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40주년 기념공연에서는 육완순의 ‘실크로드’를 비롯해 박명숙 안신희 이윤경 정정아 등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 출신으로 무용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중진 무용가 14명의 대표작들이 무대에 오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불혹의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 역사 속으로… 창단 40주년 기념공연 끝으로 해산키로
입력 2015-12-03 20:00 수정 2015-12-04 0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