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김영관(74) 이말숙(72·여)씨 부부는 1963년 결혼해 5남매를 두고 52년간 해로하고 있다. 부부는 경상도 특유의 짠 음식을 즐겼다. 평생 농사일을 하며 움직였지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5년 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있다. 이 할머니도 3년 전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이 할머니는 “남편이 짜고 매운 걸 좋아해 식성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하루 세끼를 늘 함께한다”고 말했다.
평생을 함께한 부부는 이처럼 질병도 닮는다는 사실을 의학적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부 중 한쪽에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으면 (둘 다 위험인자가 없을 때에 비해) 배우자의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위험이 각각 2.5배, 2배,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의 비슷한 식생활습관이 질병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팀은 2009∼2011년 전국 22개 종합병원을 찾은 40∼75세 부부 520쌍을 대상으로 ‘심혈관 위험인자에 대한 배우자의 일치성 연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최근 열린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연구팀은 한쪽 배우자에게 우울증이 있을 경우 다른 배우자에게 같은 위험인자가 있을 위험이 3.8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한쪽 배우자가 아침 식사를 거르면, 다른 배우자도 함께 식사를 거를 위험은 7배나 됐다. 또 한쪽 배우자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다른 배우자의 운동 부족 위험이 2.4배 높았다.
김 교수는 “결혼 후 같은 환경에서 오래 생활하며 생활습관을 서로 닮아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고지혈증 고혈압 우울증 등으로 진료 받을 때는 배우자도 함께 가서 위험인자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치료도 약물요법 외에 운동과 식이요법은 부부가 함께 실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부부 오래 살수록 질병도 닮는다… 중노년 부부 520쌍 분석
입력 2015-12-03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