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No Show)는 절대 안돼”… 호텔 스파예약 꼭 지킨 ‘로열커플’

입력 2015-12-03 19:32

“우리의 왕과 왕비는 도대체 어디에 있나요?”

벨기에 필리프 국왕과 마틸드 왕비(사진)가 국가비상사태에 자리를 비우고 휴양을 즐긴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최고 수준의 테러 경보가 발생했을 때 국왕 부부가 프랑스 특급 호텔에서 스파 건강관리를 받고 있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로열 커플’이 프랑스 서해안 브리타니의 5성급 호텔에서 스파를 즐기고 있던 지난달 21일은 브뤼셀의 모든 학교와 지하철이 폐쇄된 때였다.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가 발생한 뒤 도주한 테러범들에 대한 검거 작전이 벨기에에서 펼쳐지고 있었고, 벨기에에서 테러 위협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공개된 사진에서 필리프 국왕은 가운과 슬리퍼 차림으로 과일주스를 홀짝이고 있었고, 이들은 가명으로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벨기에 국민은 국가비상사태에도 아무런 말이 없는 왕실을 질타하고, 행방이 묘연한 국왕 부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 사건을 최초로 폭로한 프랑스 언론 르 카나르 앙셰네는 “‘국왕이 도망갔나’ 하고 궁금해 하던 벨기에 국민에게 ‘도망가진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비꼬았다. 왕실 대변인은 “국왕 부부는 파리 연쇄 테러가 일어나기 한참 전에 여행을 예약해두었고 당시에도 정부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필리프 국왕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자리를 비운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벨기에뿐만 아니라 온 유럽을 발칵 뒤집었던 ‘마크 뒤트로 아동 성범죄 사건’ 당시에도 필리프 왕세자는 휴가지에서 돌아오지 않아 아버지 알베르 2세 국왕의 노여움을 샀다고 르 카나르 앙셰네는 보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