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격언을 현재에 적용하면 '모든 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통한다'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페이스북 등 SNS를 무대로 청소년·청년 사역을 펼치는 목회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SNS에 성경적 가치관 및 자신의 경험이 담긴 글을 올리거나 감동적인 글·영상을 제작·공유해 다음 세대와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이상갑 청년사역연구소 대표는 지난 1월부터 8개월간 ‘청년사역연구소’ 페이스북 계정에 쓴 글을 엮어 만든 ‘설래임’(생명의말씀사)을 최근 펴냈다. 책 제목 ‘설래임(說來臨)’은 ‘성경말씀이 삶으로 들어와 임한다’는 의미로 이 대표가 SNS에 쓴 시리즈 글 제목이기도 하다. 책에는 취업, 진로, 이성교제, 신앙 등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을 향한 성경적 조언이 담겼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 세상을 바꿔라’ ‘기도하면 그에 꼭 맞는 배우자를 만난다’는 등의 뻔한 내용은 아니다.
이 대표는 그간 교계에서 유행한 ‘고지론’이나 ‘배우자 기도 목록’에 대해 회의적인 글을 올렸다. 성경은 ‘모든 일에 주께 하듯 하라’고 했지 ‘높은 자리에 올라 영향력을 발휘하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배우자 기도 목록에 꼭 맞는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목록보다 중요한 건 다름을 인정하고 화음을 만들어 가는 지혜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각종 고시에 매달려 허송세월 말라’ ‘질문을 많이 해야 신앙이 성장한다’ ‘믿음 좋다고 무조건 신학하지 말라’ 등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이 같은 조언은 기독 청년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1만8000여명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며 그에게 공감했다. 이 대표는 “10년간 청년들과 울고 웃으며 느낀 점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코자 3년 전부터 SNS로 청년 사역을 시작했다”며 “격려만큼 화살도 많이 받지만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게 SNS 사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팔로어가 1만명에 달하는 김관성 행신침례교회 목사도 SNS로 청년들에게 진솔한 조언을 전해 큰 주목을 받은 경우다. 김 목사 역시 페이스북에서 큰 호응을 받은 글을 모은 책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것’을 지난해 12월 출간했다. ‘삶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비법은 없다’며 따끔하게 질책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사투인 인생살이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은 우리를 격려한다’고 위로를 전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그는 “제 글의 논조는 한국교회 청년집회에서 주를 이루는, 이른바 ‘열심히 하면 주님이 성공으로 인도한다’는 메시지와 다르다. 그럼에도 반응이 좋은 건 지극히 평범한 이들의 대표이자 교회 선배로 인생과 신앙을 풀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SNS에 감동적인 이야기나 화젯거리를 이미지나 영상으로 편집해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도 있다. 청소년사역자 나도움 목사는 ‘도움닫기’ ‘있는 모습 그대로’ 등 페이스북 페이지 4개를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팔로어를 모두 합하면 5만여명, 게시물의 ‘좋아요’ 수는 많을 경우 7만이 넘는다. 페이지 내용은 직접 그가 제작하거나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게시물을 인용한다.
나 목사는 “처음엔 성경말씀만 올리다 나중엔 기독교적 가치관을 담은 미담도 올렸는데 종교 여부에 관계없이 청소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게시물을 보고 떠났던 교회를 찾은 가나안 교인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직접 만나지 않아도 SNS로 소통할 수 있어 매일 전국 청소년의 신앙고민을 듣고 교내 기도모임을 독려한다”며 “요즘 청소년들이 집이나 학교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SNS다. SNS는 청소년에게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청년·청소년 사역자들이 SNS 사역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SNS를 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와의 소통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현철 청어람ARMC 연구원은 “아예 SNS 관리를 심방 사역으로 여기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사역자도 적지 않다”며 “SNS를 활용한다고 무조건 다음 세대와 소통이 원활해지는 게 아닌 만큼 더 깊이 있는 영성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복음은 SNS를 타고
입력 2015-12-04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