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소프라노는 인생의 경험이 묻어나는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오페라 속 예쁜 여주인공은 소프라노에게 양보할게요.”
한국을 대표하는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사진) 경희대 교수가 오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크리스마스 인 러브’를 연다. 이 교수는 한국인 최초의 벨리니 콩쿠르 단독 1위를 비롯해 메조소프라노로는 유례없는 모나코·비오티 발세시아·라 스페지아·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6개 콩쿠르를 석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교수는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주년 무대는 나 혼자만의 축제가 아니라 동료 성악가들과 함께 관객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소프라노와 알토 사이에서 음역대가 넓은 만큼 인간적인 울림을 표현할 수 있는 메조소프라노의 매력을 좀 더 많은 분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인 오페라 연출가 이의주가 연출을 맡은 이번 무대에는 소프라노 박미자 오미선 강혜정, 테너 이영화 나승서, 바리톤 강형규 한명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해 오페라 ‘카르멘’ ‘일트로바토레’ ‘라보엠’ ‘아이다’ ‘돈카를로’ 등의 유명 아리아들을 선사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뒤늦게 성악에 입문한 이 교수는 1995년 경희대 대학원 재학 중 국립오페라단의 메노티 ‘무당’과 구노의 ‘파우스트’에 잇따라 주역으로 발탁됐다. 이후 서울시합창단 단원 생활을 하면서 국내 오페라에 출연하다 2001년 뒤늦게 남편과 같이 유학을 떠났다. 잇단 콩쿠르 우승으로 기량을 인정받은 그는 독일 함부르크 극장의 전속 제안 등을 뿌리치고 2005년 귀국했다. 현재 일본과 이탈리아 등에서도 꾸준히 콘서트를 갖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유학 가지 않고도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되고 싶었다”며 “이번 콘서트는 나 자신에게 앞으로 20년 동안도 연주자로서 나태하지 않고, 교육자로서 부끄럽지 않겠다는 다짐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인터뷰] 데뷔 20주년 콘서트 여는 이아경 교수 “메조 소프라노의 인간적 울림 많은 분들이 느껴봤으면”
입력 2015-12-03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