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SR 적용에 아파트 집단대출 제외하면 하나마나

입력 2015-12-03 18:02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업체의 가계대출 기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골자는 여신 심사를 할 때 지금까지 담보물 위주였던 것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계대출에 총체적 상환부담(DSR)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DSR은 타 금융권의 원리금과 부채 등을 포함한 것으로 현재 주택담보대출에 활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화된 개념이다.

금융 당국은 당초 지난달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기획재정부가 부동산 경기 냉각을 들어 제동을 거는 바람에 지금껏 미뤘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조만간 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가계부채 관리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있다. 새 기준을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166조원이며 10월 들어 은행권에서만 사상 최대인 9조원의 대출이 발생하는 등 폭증하고 있다. 가계부채 가운데 40%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이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목표도 최근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겨냥한 것이다. 그럼에도 신규 분양 아파트 입주예정자를 대상으로 중도금, 이주비, 잔금 대출을 해주는 집단대출을 제외하겠다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과 마찬가지다. 아파트 분양 열기 등 부동산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기재부의 압박에 손을 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도 지난달 12일 금통위에서 향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집단대출이 제어되지 않으면 가계부채를 줄이는데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걱정할 만큼 과잉이다. 입주가 몰려 있는 2017년쯤이면 과다 공급으로 인한 아파트값 하락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럴 경우 많은 빚을 내 분양받은 경우 피해를 피할 길이 없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일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국내의 금리 인상도 시간문제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선제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계부채를 보는 당국의 인식이 너무 한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