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나의 수호천사 이야기(2)

입력 2015-12-04 18:54
수술을 앞두고 마음이 무거워 눈물도 잘 나오지 않던 지난 2010년 성탄절 오후, 그가 출석하는 교회의 사모님으로부터 그를 위한 긴급 중보기도 요청이 왔다. 암세포가 전신에 퍼진 그가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이었다. 병원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그와 나 둘 다 살려달라고 기도를 드리는데 통곡이 터져 나왔다. 수술 날 아침, 삭발을 하고 수술대 위에 누워 “아버지, 만일 제가 깨어나지 못한다면 저의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를 흉내 낸 기도를 드렸지만 수술 후 나는 코마상태에 빠졌다.

남편과 딸아이는 나처럼 삭발을 하고 눈물로 하나님께 매달렸다. 내 인생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출석하는 교회의 중보 팀과 햇살편지 중보 팀, 주부편지의 2만여명의 독자들이 기도했다. 심지어는 내 블로그에도 딸아이의 간절한 기도요청이 올려졌다.

코마상태에서 다시 재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뒤죽박죽된 채 지내다가 간신히 중환자실을 벗어나 퇴원해 인조두개골을 덮는 세 번째 수술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새벽, 느닷없는 경련 발작을 일으켜 119로 실려가 재입원을 했다. 그리고 경련이 멈출 때까지 한 달 반을 입원했다가 무사히 두개골 삽입 수술을 했지만 의식은 여전히 온전치 못했다. 뒤늦게 그의 소천 소식을 들었다. 기이하게도 내가 응급실로 실려 간 다음날, 천국으로 갔다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표현이 실감 날 정도의 크나 큰 충격이었다.

얼마 전 그의 가족들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춘기를 맞은 두 아이 때문에 힘든 것 외엔 잘 지낸다는 그의 아내는 지금은 남편대신 주부편지와 햇살편지를 받고 있다. 가끔은 이런 기도를 드린다. 얼굴도 모르는 한 형제의 사랑과 위로를 통해 어린양 예수께서 나의 죄와 허물을 십자가로 지시고 번제물이 되신 것을 확증시켜 주셨으니, 그 빚을 잃어버린 주의 자녀들에게 갚으며 살아가게 해 주실 것을 말이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빚쟁이로 살고 있다. 박강월(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