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 칼럼] 신유

입력 2015-12-04 18:53

어린 시절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심장병으로 돌아가신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자라서 심장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의대에 진학해 심장병전문의가 된다. 스크립스 통합병원을 설립한 M.구아르네리 박사이다.

어느 날 그녀는 심장마비 남자 환자(46)를 치료하게 되었다. 치료절차를 설명하는데, 환자는 의사의 말에는 관심이 없고, 문 쪽만 뚫어지게 응시했다.

“의사 선생님. 오전 내내 천사가 보여요. 지금도 키 큰 천사가 저기 서 있어요.”

그곳을 쳐다보았으나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환자는 여전히 넋 나간 얼굴이었다.

“내 말을 믿으시죠?”

“물론 믿어요. 그런데 천사가 보인다는 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죠.”

환자가 자기는 죽을 거라고 말하니, 의사의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수술은 잘 끝났다. 그리고 회복실로 가서 환자의 손을 다독이면서 유달리 확신에 찬 의사다운 목소리로 “모든 게 좋아질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환자는 여전히 “천사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다”고 했다. 모든 의료진이 최선을 다 했지만, 결국 그는 그 날 밤에 죽고 말았다.

이 일을 계기로 구아르네리 박사는 천사들의 존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또한 영성과 신성을 연구한 의학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너무 비의적인 분야라 연구결과들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추측은 빗나갔다.

기도의 치료효력은 물론이고 건강의 영적인 차원을 분석하고 수치화하려는 시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기도에 대한 연구는 서구의학의 중심무대까지 움직이고 있었다.

최근 미국의 ‘대체의학 국립연구소’에서는 종교와 영성의 연구비용을 두 배 이상 늘렸으며, 심신의학에 대한 총 연구기금의 4분의 1 이상을 종교와 영성 연구에 배당했다.

“비정통적인 치유사가 흉통을 없애주고, 고통 받던 사람을 편안히 쉬게 만들거나, 약이나 다른 의료기를 사용하지도 않고 심장마비를 중단시키는 것을 보면 처음에는 ‘절묘한 우연의 일치군’하고 말하죠. 하지만 이런 것을 두 번째 보면, ‘이거 흥미로운데’하고 말합니다. 그러다 세 번째에는 ‘연구해볼 필요가 있어’하게 됩니다”라고 듀크 대학의 심장전문의 M.크루코프 박사는 말한다.

영적치유 분야의 권위자인 L.도시 박사는 본래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하면서 영적자아를 외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은총을 입은 사람들과 기도로 중병을 이겨낸 사람들을 보면서 서구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한 말기폐암 환자가 병원치료를 전혀 받지 않았지만 교회 신자들의 기도로 치료되자, 기도의 치유 효과를 긍정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 의사들이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치료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확신하건대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의학이 최후는 물론 최초의 해답도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 겁니다. 심리치료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제 기도요법을 쓰지 않는 것은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이나 약을 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사중복음이라는 책에서 A.심프슨은 예수님을 ‘치료하시는 그리스도’로 소개하면서 신유(divine healing)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은 겉사람과 속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본성이 모두 타락의 결과로 육체는 질병에, 영혼은 부패케 되었다. 그러므로 온전한 구원이란 이 두 본성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구원은 영적 생명의 변화와 함께 육체의 회복을 가져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셔서, 지금도 우리를 치료하신다(출15:26, 히13:8). 신유의 은혜 속에서 우리의 영과 혼과 몸이 건강하여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아가니 어찌 기쁘고 감사하지 아니한가.

김종환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