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FC가 초겨울 K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15 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정규리그 3위에 오르더니 준플레이오프에서 서울 이랜드 FC(4위)를 꺾은 뒤 플레이오프에선 ‘강호’ 대구 FC(2위)마저 제압했다. 이어 2일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클래식(1부 리그) 소속의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1대 0 승리를 거뒀다. K리그 최초의 ‘더비’가 수원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챌린지 닥공(닥치고 공격)의 힘=수원 FC의 ‘기적’ 뒤엔 조덕제 감독의 공격축구가 있다. 이번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수원 FC는 경계 대상이 아니었다. 상주 상무, 안산 경찰청, 서울 이랜드 등이 우승후보로 거론됐고 대구, 강원 FC, 경남 FC 등 클래식을 경험했던 팀들이 다크호스로 꼽혔다.
하지만 수원 FC는 공격축구로 강팀들을 몰아붙였다. 조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처럼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했다. 우선 팀에 베스트 11이란 개념을 없앴다. 지난 경기에 출전했던 베스트 11 중 8∼9명이 다음 경기에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수원 FC 선수들은 열심히 뛰면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훈련에 매진했다. 프로지만 일주일에 세 차례 시행된 새벽운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수원 FC 선수들은 지하 사무실을 개조한 숙소에서 3∼4명이 한 방을 쓰고 있다. 전용구장도 없다. 열악한 환경은 오히려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요인이 됐다. “1부로 승격해 더 나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 선수들의 소원이다.
◇K‘수원 더비’ 탄생할까=수원 FC는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부 리그로 승격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 경기도 수원에 ‘수원 더비’가 탄생한다. 수원 FC가 기존의 명문 수원 삼성과 맞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2개 팀이 같은 도시에 연고를 둔 적은 없었다.
축구에서 더비(The Derby)는 원래 같은 지역 라이벌 팀 간의 경기에 국한됐다. 세계적인 더비로는 잉글랜드 토트넘-아스날의 ‘북런던 더비’, 리버풀-에버턴의 ‘머지사이드 더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이탈리아 AC 밀란-인터 밀란의 ‘밀란 더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마드리드 더비’ 등이 있다.
최근 더비의 의미는 지역 라이벌뿐만 아니라 같은 리그 내에 속한 팀 간의 경기에까지 확장됐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FC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가 대표적이다. 한국엔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슈퍼매치’가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K리그 첫 ‘수원 더비’ 생기나… ‘챌린지 닥공’ 수원 FC의 유쾌한 반란
입력 2015-12-03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