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 베일리는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다. 20세기 현대사 연구자로 잘 알려진 그는 현재 미국 템플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다. 그는 지난 1989년 ‘데이트의 탄생: 자본주의적 연애제도(From Front Porch to Back Seat: Courtship in Twentieth-Century America)’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는 지난 8월 소개된 이 책에는 데이트의 정의와 기원, 패턴 등이 다뤄져 있다.
저자는 ‘젊은 남녀가 집 밖에서 만나 사귀는 친밀한 사적 행위’를 데이트라고 정의했다. 데이트의 기원은 100년 전으로 봤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당시, 도시에는 수많은 빈민가가 생겨났고 젊은 노동자들에게는 사랑을 속삭일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연애를 하려면 야외로 나가야 했는데 이것이 데이트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자니 돈이 들었다. 경제력 있는 남자가 각종 비용을 부담했고 여자는 그 대가로 성적 호의를 제공하게 됐다. 자연히 남자는 돈으로 권력을 사게 됐고 여자는 실리를 취하는 구도가 형성됐다고 저자는 진단했다.
데이트 폭력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해자는 대부분 남자다. 폭행, 강간, 추행을 넘어 살인까지 날로 흉포화되는 추세다. 베일리 교수가 지적한 남자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친구를 감금 폭행하고도 가벼운 처벌(벌금형)을 받은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생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다”는 선고 이유는 최근 ‘금수저’ 논란과 맞물려 분노를 더욱 촉발시켰다. 데이트 폭력은 엄연한 범죄행위다. 단순히 연인 사이의 ‘사랑싸움’으로 치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영국은 애인의 폭력전과 등을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을 시행하고 있을 정도다. 남자의 ‘데이트 권력’이 사랑으로 포장된 폭력으로 변질돼선 곤란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데이트 폭력
입력 2015-12-03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