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른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은 이상수(58) 조정희(55) 부부는 자녀들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누워서 음식을 먹으며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침대극장 관람권이었다. 어쩌다 가끔 영화를 보는 부부는 그동안 일반 극장에서 주로 관람했지만 침대극장에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부부가 찾은 극장은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의 ‘템퍼시네마(TEMPUR CINEMA)’였다.
두 명씩 15커플 30개의 침대는 매진돼 빈자리가 없었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침대에 오르니 주스 등 웰컴 드링크가 제공됐다. 휴대전화 충전도 가능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내부자들’이 시작되기 전 미리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프랑스 세계 명문 요리학교 폴 보큐즈 출신으로 이곳의 ‘씨네드쉐프’(CINE de CHEF·요리사가 있는 영화관) 정호석 셰프가 만든 스테이크였다.
침대 옆에는 간단한 버튼 작동만으로 머리, 상체, 다리의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리클라이닝(전동장치)이 설치돼 있었다. 몸을 뒤로 완전히 젖히니 스크린만 시선에 들어오고 앞뒤 좌우 침대의 관람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천막극장을 들락거렸던 이씨로서는 격세지감이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기업인 CJ CGV가 올해 세계 최초로 오픈한 침대극장 ‘템퍼시네마’는 서울 CGV압구정과 부산 CGV센텀시티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급호텔 출신 셰프의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씨네드쉐프’도 이 두 곳에만 있다. CGV 측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갖춘 극장을 찾는 관람객은 기념일 행사를 하는 부부와 연인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영화 누적 관객은 1억명, 외화까지 포함해 2억명을 돌파했다. 전체 관객 수가 2013년(2억1334만6935명)과 2014년(2억1506만7760명)에 이어 3년 연속 2억명을 넘어섰다.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한 사람당 평균 4편씩 영화를 본 셈이다. ‘2억 관객 시대’를 맞아 별의별 기능을 갖춘 극장도 급속히 늘고 있다.
첨단 시설을 겸비한 미래형 복합극장은 CGV가 주도하고 있다. 항공기 퍼스트클래스의 개념을 영화관에 그대로 옮겨온 ‘골드클래스(GOLD CLASS), 영화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면서 바람이 불고 물이 튀는가 하면 향기까지 뿜어져 나오는 4DX, 극장 좌우 벽면까지 확대(270도)해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스크린X 등이 관객을 손짓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잠실 월드타워에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가로 34m, 세로 13.8m)을 가진 ‘슈퍼플렉스G’, 골드클래스 기능을 갖춘 ‘샤롯데’, 4인 가족이 집안 소파에 앉아 편하게 보는 것처럼 안락함을 제공하는 ‘시네패밀리’ 등이 있다. 메가박스는 세계 유명 오페라를 실시간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극장에서 영화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전국 4500여개 스크린 가운데 특별관은 500여개다. 일반관의 요금은 대략 8000∼1만원이다. 특별관은 3만원에서 10만원까지다. 다양한 기능의 극장이 늘면서 취향대로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이점은 있다. 반면 단관극장의 추억이 사라져버린 아쉬움도 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극장가를 장악하면서 관람객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멀티플렉스 극장의 세계] 커플 침대에서 셰프 음식 먹으며… 영화관 맞아?
입력 2015-12-05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