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심야 협상으로 일부 법안을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지만, 향후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해 예산안 처리시한을 하루 앞두고 ‘초치기’ 협상을 하느라 폭발력이 큰 핵심 법안은 뇌관조차 제거하지 못한 탓이다.
최대 쟁점은 여권에서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는 ‘노동개혁 5법’이다. 여야 합의문에는 ‘양당이 제출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한 후 처리한다’고만 돼 있다. 또 ‘향후 법 통과 과정에서는 상임위와 충분히 협의한다’는 문구도 추가됐다. 그런데 여야는 서로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합의문의) 임시국회는 올해 안에 열리는 임시국회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처리 시한을 이번 정기국회나 올해 안에 처리한다는 게 아니라 ‘임시국회’로 잡아 당론을 정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12월 임시국회 처리 목표는 전망이 밝지 않다. 당내에선 “야당이 민주노총에 볼모로 잡힌 상태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전날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 노동개혁 5법에 대해 “끝까지 막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노동개혁 5법 가운데 고용보험법·기간제근로자보호법·파견근로자보호법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파견근로자보호법을 놓고 여야의 입장차가 크다. 새누리당은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업종의 범위를 금형·주조·용접 등 6개 업종의 ‘뿌리산업’으로 넓혀 인력난 해소 및 고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6개 업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제조업 전반에서 ‘파견 남용’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은 쟁점 합의가 이뤄져야 법안 처리 시점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5법 대신 청년 취업을 돕는 ‘청년 패키지형 공공서비스’ 도입 등을 노동 관련 25개 법안에 반영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논의를 즉시 시작한다’는 합의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여러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환노위 법안소위뿐 아니라 임시국회 일정을 잡기도 어려워 보인다.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 내 합의 처리키로 한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역시 접점 찾기는 난항이다. 여당은 ‘정기국회 내 처리’에 방점을 찍었으나, 야당은 ‘합의 처리’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프랑스 파리 테러를 계기로 테러방지법 처리를 밀어붙였지만 야당은 국정원의 권한 비대화 및 인권침해 우려를 들며 협조적이지 않다. 여야가 서로 다른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해 놓은 북한인권법도 입장이 갈린다.
이들 법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및 예산안 처리와 맞물린 ‘협상 카드’로 활용됐다. 서로 아쉬울 게 없어진 여야가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데 손을 맞잡을 가능성은 떨어진다.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에 대해서도 여야는 제각각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린 상황이다. 그만큼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 폭은 좁아진 것이다. ‘일 안 하는 국회’를 향해 ‘만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여야 ‘노동개혁법’ 합의하고도 다른 해석… 갈등 불가피
입력 2015-12-03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