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우선 챙겨놓고 보자’는 식으로 무작정 편성해놓고 집행하지 못한 예산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늘 예산 부족 탓을 하며 국회에 떼를 쓰는 지자체들이 정작 편성된 예산조차 알뜰하게 쓰지 못하는 셈이어서 예산 편성·집행 시스템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의회는 2일 “광주시가 집행을 내년으로 넘기는 명시이월 예산이 올해 청소년 복합문화센터 조성사업비 87억4000만원 등 120건, 1540억8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광주시 참여혁신단은 공유단체·기업공유 촉진사업비 5000만원 등 20건 2억7000만원의 예산을 세웠다가 한 푼도 집행하지 않았다. 관광진흥과도 무안공항노선 KTX 연계상품 운영, 중국문화원 광주분원 유치활동비 등 9건 2억4000만원의 예산을 손도 대지 않았다.
광주시의 이월명시 예산은 2013년 49건 501억9000만원, 지난해 71건 904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구시의 올해 명시이월 예산은 일반·특별회계(공기업 제외) 257건, 2100억여원이다. 공기업까지 포함하면 270여건, 2200억∼2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198건 1475억원, 2013년 151건 1655억원보다 훨씬 늘어난 금액이다. 서대구산단 재생사업 210억원, 송현119안전센터 재건축 79억원, 관음·칠곡로 도로건설 70억원 등 주로 건설 관련 사업 추진이 내년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올해 명시이월 예산은 2368억원으로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 200억원, 소도읍 육성 68억원, 농어촌 생활여건 개선 30억원, 도시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26억원 등이 집행되지 않았다.
충북은 지난 4월 착공한 청주 에어로폴리스 사업의 전체 예산 236억원 중 198억원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186건, 2469억7300여만원의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 대전시도 103건, 185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0억원가량 이월예산이 늘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이월예산이 1003억원이었지만 올해는 배 이상 증가한 2417억원에 달했다. 인천시와 부산시도 올해 이월예산이 각각 665억원과 24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0억원, 100억원가량 늘었다.
행정자치부는 전국 지자체의 예산 집행률이 현재 77.8% 수준이라고 밝혔다. 행자부에 따르면 2013년도 지자체 전체 예산 235조8517억원의 6.5%인 15조4618억원이 불용됐다. 다음 연도로 이월된 금액도 8.2%인 19조3289억원이었다.
허술한 예산 편성은 정작 자금이 절실한 다른 사업의 발목을 잡아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방만한 예산 편성을 막는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시의회 조오섭 의원은 “예산부터 무작정 세워놓고 보자는 식의 관행이 전국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예산 편성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돈 없다”는 지자체, 남는 예산 눈덩이… “혈세부터 확보” 관행 탓
입력 2015-12-03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