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출발하겠습니다.”
겨울비가 촉촉이 내린 2일 오후 2시16분. 전북 70자1579 시내버스가 전주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2개의 TV 모니터에서는 “전주는 가장 아름다운 한국입니다”라는 동영상이 계속 나왔다. 빨간색으로 단장한 버스가 지나가자, 길을 가던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이 버스는 이날부터 정식 운행을 시작한 ‘전주 명품버스’다. 전북 전주시가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고 도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도입했다. 시티투어버스는 다른 도시에서도 운행되고 있지만, 시내버스를 이용해 운행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10여명의 손님을 실은 버스가 시외버스터미널 쪽으로 향하자 최고급 고속버스를 타는 듯 했다. 버스 기사 정광열(56)씨는 깔끔한 유니폼을 입고 환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내부는 넉넉했다. 시는 기존 34개의 좌석 가운데 10개를 빼내 공간을 확보하고 여행가방을 올려놓을 수 있는 보관함을 설치했다. 버스 뒤쪽 천장 일부는 유리로 만들어져 안에서 하늘을 볼 수도 있었다. 외부에 LED조명이 있어 밤에 더 돋보일 모양이었다.
전주시는 국내에서 출고된 버스의 내·외부를 개선,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등에서나 볼 수 있는 트롤리 버스로 만들었다. 버스 외양은 한옥 느낌이 나게 디자인했다. 시는 “‘전주에 가면 빨간 명품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버스의 별칭은 ‘친구(79) 버스’다. 시는 ‘79번’ 노선버스 7개 가운데 4대를 이 버스로 배치했다. 전주역과 김제 금산사를 오가는 이 버스 노선은 고속·시외버스 터미널과 중앙시장∼전동성당·한옥마을∼풍남문∼완산동 시외버스 정류소 등을 경유해 대중교통으로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노선이다.
버스 기사들은 헤드셋 마이크를 통해 전주의 역사와 관광지, 축제 정보 등을 안내한다. 전주역에서 버스에 오른 백광주(60·전남 순천)씨는 “차가 예쁘고 전주에 대한 안내 동영상도 나와서 좋다. 많은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았느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버스 1대당 구입·개조 비용은 2억3950만원. 총 사업비는 전주시의 보조금 5억원과 버스회사 부담을 합해 9억5800만원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운행 첫날 ‘트롤리’ 타 보니 ‘빨간 명품버스’ 출발… 더 신나는 전주 여행
입력 2015-12-02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