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딸과의 약속은 유산 아닌 ‘희망’이었다… 저커버그, 전재산 52조원 기부 약속 ‘큰 울림’

입력 2015-12-02 22:28 수정 2015-12-03 18:35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왼쪽)가 1일(현지시간) 아내 프리실라 챈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맥스를 안은 사진을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들은 52조원의 통 큰 기부를 통해 딸에게 ‘희망과 연대’라는 미래의 선물을 안겼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다른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너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다음 세대 모든 어린이를 위한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

갓 서른을 넘긴 젊은 갑부 마크 저커버그(31)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부정(父情)과 ‘통 큰 기부’가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2012년 결혼 후 세 번의 유산을 겪은 저커버그와 프리실라 챈(30) 부부는 1일(현지시간) 딸 맥스의 출산 소식을 알리면서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우리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A4용지 6장 분량의 공개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잠재력 실현을 돕고 평등을 장려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우리 사회는 지금 펼쳐진 세상이 아닌 후세대가 살아갈 세상이 더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 투자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자선단체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고 재단을 통해 보유 중인 지분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지분은 현재 시가로 450억 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의 초기 사업은 개인 맞춤형 학습, 질병 치료, 인류의 연결, 튼튼한 공동체 건설 등에 집중된다.

저커버그는 2011년 “재산 중 절반 이상을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결혼 이후 2013년 10억 달러(약 1조1600억원)를 기부해 그해 기부왕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뉴욕에서 의사 양친 사이에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저커버그는 어린시절 고전 과목에 탁월했다. 하버드대에서도 심리학을 공부하는 등 인문사회학적 식견을 갖춰 IT업계의 신흥갑부 하면 연상되는 ‘백만장자 너드(얼간이)’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나 9년 열애 끝에 결혼한 부인 챈은 그의 사회공헌 행보에 일종의 ‘뮤즈’ 역할을 했다. 중국계 난민 어머니와 베트남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자 교직을 거쳐 소아과 의사가 된 특이한 이력의 챈은 “교육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며 (힘든 환경 속에도) 나를 변화시켰다”고 밝힐 만큼 교육사업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기울여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