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버니 샌더스의 자서전이 출간됐다. 그가 직접 쓴 유일한 자서전이며, 국내에서 처음 출간되는 버니 샌더스의 책이다. "누구도 제가 벌링턴 시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공화당 의원을 16퍼센트 차로 누르고 버몬트 하원의원이 될 거라고, 버몬트 주의 최고 갑부를 물리치고 상원의원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대선에 나서며 샌더스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언제나 아웃사이더였다. 평생 무소속이었고, 무엇보다 좌파였다. 194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태인이자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난 샌더스는 1981년 벌링턴 시장에 당선될 때까지 양복 한 벌조차 없었던 진보주의자였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이자 100년 이상 공화당의 아성이었던 버몬트에서 가가호호 방문과 타운 미팅으로 한 사람씩 설득해 ‘뼛속까지 공화당 지지자’였던 주민들을 ‘뼛속까지 버니 지지자’로 탈바꿈시킨 지역 정치인이기도 하다. 40년 만에 등장한 무소속 하원의원이었으며, 민주사회주의자로서 상원에 진출한 유일한 인물이다. 1972년 첫 공직 선거 출마 득표율 2%로 시작해 40년 후인 2012년 상원 선거 득표율 71%를 기록했으며, 벌링턴 시장 4선, 연방 하원의선 8선, 연방 상원의원 2선을 거쳐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샌더스는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 기업으로부터 단 한 푼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 당의 지원을 받아 선거를 치른 적도 없다. 그는 노조, 환경단체, 여성단체, 노인단체, 인권단체, 아동단체 등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거에 이겨왔다. 선거전에서 네거티브 광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고, 좌파적인 입장을 감추는 법도 없다.
그는 또 “버니 샌더스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 “우익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기 쉽게 만드는 훼방꾼이다” “무소속이기 때문에 주요 법안이나 수정안을 통과시킬 힘이 없다” “사이비 민주당원이다” 등과 같은 익숙한 편견들을 돌파해 왔다.
책은 샌더스가 치른 두 번의 선거, 민주당 소속 후보인 현직 시장 고든 파켓을 겨우 10표 차이로 누른 1981년 벌링턴 시장 선거와 공화당 하원의원 피터 스미스를 패배시킨 1990년 하원 선거를 상세하게 다룬다. 샌더스는 견고한 양당 체제와 언론의 무시 속에서 무소속 좌파 정치인이 선거를 어떻게 치렀고, 워싱턴 정계에서 자신의 정책들을 어떻게 관철시켰는지 들려준다.
“민주당 의원들이 내게 선거에서 이기려면 보수적이어야 한다, 신중해야 한다고 할 때마다 돌아 버리겠다. 그놈의 컨설턴트들이 와서는 ‘이렇게 해야 이긴다’고 훈수를 두는데 늘 똑같은 말만 한다. 선거운동 자금을 모아서 TV 광고에 써라. 유권자 가운데 그 어느 누구라도 불쾌하게 만들 말을 하지 마라.”
샌더스는 정치와 선거에 대한 상식을 뒤집었고 재규정했다.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그는 그만의 방식을 찾아야 했고, 그가 찾아낸 방식과 철학은 정치 혁신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아이디어로 조명될 필요가 있다.
그는 “선거운동은 그저 표를 얻고 당선되는 일 이상의 무엇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사람들을 깨우치고 조직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긴 세월 동안 숱하게 지역 주민회의를 열고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수없이 토론하면서 물량 공세와 부정적인 광고로는 끊을 수 없는 연대감을 유권자들과 맺을 수 있었다.
책의 에필로그를 쓴 저널리스트 존 니콜스는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교육 과정이 샌더스가 성공한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그럴만한 인내심이 있겠는가. 그들이 진정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샌더스가 어떻게 해왔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샌더스 현상에서 정말 놀라운 것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 정치인은 하나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가장 버니를 좋아한다” “샌더스는 민주당이 가까이 다가가는 데 실패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터득했다” 같은 부분이다. 정치를 불신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투표율이 떨어지고, 그럴수록 정치가 점점 더 소수의 부자들에게 사로잡히게 되는 현실에서 샌더스는 “변화는 일어난다.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일어난다”는 증거처럼 서 있다.
존 니콜스는 “이따금 아웃사이더가 이기기도 한다는 사실을, 가능성 있는 좌익이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간혹 현실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때로는 정치 혁명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샌더스가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샌더스는 2010년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부자 감세 등을 포함한 감세법안을 날치기로 합의한 후 그대로 통과시키려고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상원 회의장에서 8시간37분에 이르는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연설을 감행한다. 이 연설로 그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당시 연설 전문을 담은 책 ‘버니 샌더스의 모든 것’(북로그컴퍼니)도 출간됐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영원한 아웃사이더… 정치권 ‘딸깍발이’ 그는 왜 대권을 꿈꾸는가
입력 2015-12-04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