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마루에 휙 던져두고 쏜살같이 나가기에 바빴다. ‘숙제는 없냐’는 엄마의 말은 귓등으로 흘렸다. 골목엔 벌써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땅따먹기,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왁자지껄 또래와 섞여 놀다보면 시간이 흐르는 줄, 허기가 지는 줄도 몰랐다. 골목에 땅거미가 내리고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면 그제야 집으로 돌아갔다.
사교육 때문에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기 위해 학원에 간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시대다. 골목에서, 놀이터에서 초등생들이 함께 뛰놀 수 있다는 사실, 그게 응당 그래야할 유년시절의 문화라는 걸 이 미국의 그림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나뭇잎이 수북이 쌓이는 늦가을. 스쿨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상기돼 있다. 종일 교실에 앉아 좀이 쑤셨던 바비. 집에 도착하자마자 럭비공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엄마, 나 지금 공원에 가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올게요!” 공차기를 하기 위해 공원에 쌓인 나뭇잎부터 치운다. 그리고 한 마음으로 뛰어노는 아이들. 백인도, 흑인도, 동양인도, 남자도, 여자도 있다. 그렇게 놀면서 하나가 된다. 스웨터가 흥건해질 정도로 땀이 흐르고 어느 새 시계는 돌아갈 시간을 가리킨다.
아이들과의 신나는 오후 시간이 있었기에 집에서 먹는 저녁밥은 더 꿀맛이고 엄마 아빠와 같이 보는 TV는 더 재밌다. 미국에서 그림책 분야에 주는 권위 있는 상인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가 그렸다. 아이들의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얼굴, 따뜻해 보이는 스웨터 차림, 계절감을 듬뿍 풍기는 나뭇잎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해진다. 엄혜숙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청소년 책-공놀이 하자!] “엄마, 나 공원에 놀러가요. 늦기 전에 올게요”
입력 2015-12-03 18:21 수정 2015-12-03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