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변혁’ 일으킨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삶 조명

입력 2015-12-03 18:17

1908년 12월 21일 오스트리아 빈 뵈젠도르퍼홀에서 작곡가 쇤베르크의 현악 4중주 2번이 초연됐다. 이 곡은 ‘현대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쇤베르크가 무조음악을 처음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무조(無調)란 말 그대로 조성의 체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현대음악의 시작과 동의어다. 하지만 당시 관객들은 귀를 긁는 무조음악의 불협화음과 엇나가는 템포에 야유를 보내다가 서로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 거칠고 꼴사나운 소음을 일으키는 말썽꾼 취급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들은 낭만적인 선율만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표현할 수 없다고 믿었다. 책은 쇤베르크, 아이슬러, 거슈윈, 케이지 등 변혁을 가져온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세계를 20세기의 사회·정치·문화의 흐름 속에서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빈, 파리, 베를린, 뉴욕 등 대도시가 새로운 음악과 소리를 위한 실험의 장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무조음악은 유난히 보수적이었던 빈이라는 도시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도시의 지식사회와 깊이 교류하며 도시인의 삶과 고뇌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새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이전에 없던 소리를 창조함으로써 음악의 경계를 확대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