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방법논쟁에 매몰된 ‘집회’] 시민들 “시위 왜 하지?”… 본질은 사라지고 방법만 부각

입력 2015-12-02 22:04 수정 2015-12-02 22:22
폭력시위냐 평화시위냐, 복면금지냐 표현의 자유냐. 오는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앞두고 ‘집회의 방법’을 둘러싼 갈등이 뜨겁다. 경찰은 연일 집회·시위 불가방침으로 맞서고 있다. 공세적인 검거작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세 번째 집회신고를 하면서 ‘평화’를 거듭 외치고 있다. ‘집회의 방법’이 부각되면서 정작 집회의 이유 혹은 주장·내용은 묻히고 있다.



사라진 ‘집회의 목적’

이번 민중총궐기 집회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회사원 박모(43)씨는 “수만명이 나와 청와대까지 행진하겠다고 외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잘 와 닿지 않는다”며 “길을 막은 채 담배를 피우고 쇠파이프로 경찰 버스를 내리치는 시위대의 모습만 떠오른다”고 했다. 주부 이모(52·여)씨는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와 조계사로 도피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만 생각날 뿐 집회·시위 자체의 목적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회의 목적’이 실종된 배경에는 ‘방법에 대한 집착’이 있다. 최정기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2일 “과거 방식에 매몰돼 있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진화한 방식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과거의 집회는 ‘독재정권 타도’ 등 대중이 두루 체감하는 정치적 주제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 대중은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만 반응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거리에서 외쳐야만 했던 부조리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적극 알려 대중과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 때문에 폭력을 통해 대중의 눈길을 끌었지만 호응까지 이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집회의 목적’을 정확히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집회 주최 측이 SNS를 활용하고 있지만 ‘청와대로 가자’ ‘세상을 바꾸자’는 식의 다소 관념적인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최 교수는 “집회 본질에 대한 홍보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며 “최근 프랑스 환경운동가들의 ‘신발 시위’처럼 여론의 주목을 끌고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노동개악’ 무엇인가

집회 주최 측은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노동개악 철폐’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 폐기’를 주요 안건으로 내세웠다. 2차 집회에서도 이런 주장은 유효하다. 그런데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반면 노동개악은 멀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노동개악’은 새누리당이 지난 9월 16일 발의한 노동시장 개혁 5대 법안을 말한다. 5대 법안에는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이 들어간다.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명료화, 실업급여 강화, 출퇴근 재해 산재 인정,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한 연장, 파견업무 확대를 골자로 한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핵심 쟁점은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이다. 새누리당의 기간제근로자법 개정안은 현재 2년인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기한을 35세 이상 본인이 원할 경우 추가로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은 금형·주조·용접 등 6개 업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제조업과 고소득·전문직 고령자(55세 이상) 등의 파견을 가능하도록 했다. 노동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규직 전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며 “불법파견의 합법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노동시간을 주당 최대 60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특별연장근로 8시간)으로 하고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새누리당은 규정시간외 근로시간으로 분류돼 있던 휴일근로시간에 대해 2023년까지 노사합의가 있을 경우 주당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도록 명기했다. 조건부 허용이라는 입장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개정안 내용은 5대 법안 발의 직전에 발표된 노사정위 합의문 속에 나오는 ‘주당 근로시간 52시간(법정 근로 40시간+연장시간 12시간)에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에 포함한다. 특별연장근로는 4년간 허용한 뒤 재검토한다’는 내용과 충돌하기도 한다.

김미나 박세환 김판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