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수남 총장, 진정한 검찰 중립 겸허하게 고민하길

입력 2015-12-02 17:51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취임했다. 김 총장은 박근혜정부 후반기의 검찰 조직을 이끌며 사정 수사를 책임지게 된다. 그는 취임사에서 ‘국민을 위한 바른 검찰’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어 법질서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의 일환으로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체제전복 세력 원천봉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강조했다. 폭력을 선동하고 비호하는 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해 불법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견 검찰 총수로서의 당연한 언급으로 보인다. 하지만 첫 일성이 공안역량 재정비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때 아닌 신(新)공안정국 도래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의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비상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각료들에게 주문한 부분과 거의 차이가 없다. 수사역량을 정권코드에 정확히 맞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TK(대구·경북) 출신인 데다 수원지검장 시절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선동 사건을 말끔하게 처리한 점을 인정받아 총장에 발탁됐다는 시각과 맞물려 향후 검찰권 행사가 걱정스럽다.

물론 법질서 확립은 중요하다. 검찰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런 일반적 업무보다 더 중요한 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전임 ‘김진태 검찰’이 권력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김 총장 역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정윤회 문건’ 사건을 지휘하면서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맞췄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검찰은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 임기 후반에 불거지는 권력형 비리도 주시해야 한다. 한데 벌써부터 코드 맞추기에 나선다면 검찰에 기대할 것은 별로 없다.

김 총장은 검찰의 진정한 과제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 보기 바란다. 취임사 중간에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 또한 명심하고’란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이는 역대 총장마다 으레 언급하는 대목이다. 권력의 외압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국민을 위한 바른 검찰’이 될지, ‘정권을 위한 굽은 검찰’이 될지는 김 총장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