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꽃을 사랑함은 진흙 속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결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었고 겉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다.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다.”
위 시는 연꽃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그려낸 중국 북송 시대의 유학자 주무숙(周茂叔)의 애련설(愛蓮設)이다. 그는 연꽃의 고고함에 감탄해 “연꽃은 꽃 중에 군자로다”라고 칭송했을 정도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우리 눈을 호사하게 하는 연꽃을 연화차로, 그 잎은 연잎차로, 뿌리는 연근차로 음용해 왔다. 꽃부터 뿌리까지 알뜰하게 식용으로 이용해왔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물속 진흙아래 숨어 있는 뿌리, 연근은 전분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데 100g당 74 칼로리의 열량을 내며 식이 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 C의 함량은 100g당 44mg에 이르는데 이는 하루 권장량의 73%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연근은 비타민 B6, 엽산, 나이아신, 리보플라빈, 판토테닉산, 치아민과 같은 비타민 B 복합체의 보고(寶庫)이다. 이밖에 세포 내 각종 효소 보조인자로 작용하는 구리, 아연, 철, 마그네슘, 망간과 같은 중요한 미네랄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한 연근은 섭취함으로써 건강증진 효과로 이어진다.
첫째 연근은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우리 몸 구석 구석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해준다. 적혈구 생성에 없어서는 안 되는 구리와 철의 함량이 높기 때문에 빈혈을 막아주고 혈류를 개선하여 에너지와 활력을 보충해준다.
둘째 비타민B 복합군이 신경세포 수용체와 상호작용하여 신경전달 물질 분비를 원활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정서를 안정시켜주고 맑은 기억력을 유지해준다. 두통과 과민성 그리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비타민 B복합체는 심장과 뇌혈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호모시스테인의 농도를 낮추어서 심근 경색과 뇌졸중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셋째 연근에는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고혈압을 일으키는 나트륨의 해로운 작용을 반감시킨다. 더구나 칼륨은 혈관 확장 효과도 가지고 있어 혈압을 안정시킴과 동시에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
넷째 연근은 식이 섬유 함량이 높아 장 운동을 도와주고 영양분 섭취를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변비를 예방하고 다이어트효과도 있다. 또한 연근에는 뮤신(mucin)이란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당질과 결합된 복합단백질로서 세포의 주성분인 단백질의 소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위벽을 보호하고 해독작용도 가지고 있으며 덤으로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어 심혈관질환 예방에 힘을 보태준다.
다섯째 연근에는 비타민 C와 비타민 A가 높은 농도로 분포한다. 비타민 C는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항염증,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어 노화 억제와 함께 암의 발생을 낮추어 준다. 비타민 A는 피부의 신진대사를 도와 젊은 피부와 건강한 머리 결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노화와 관련된 눈의 퇴행성 질환으로 노인 시력상실의 주요 원인인 황반변성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연근은 가래를 삭히고 폐를 보호해주어 천식, 기관지염 및 감기예방 효과가 있다.
한 여름 작렬하는 태양아래서 순백의 기품을 보이며 군자의 꽃으로 우리에게 눈으로 즐거움을 주던 蓮이 기온이 차가워지는 겨울에는 그 뿌리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다. 입동과 소설이 지났다. 올 겨울에는 연입차로 기관지를 보호하고 다양한 연근 요리로 건강을 챙겨보자. 아름다운 꽃과 푸르른 잎새와 건강한 뿌리까지, 아낌없이 온 몸을 바쳐 우리에게 건강을 주는 蓮이야말로 생각해볼수록 귀하디 귀한 식물이요 요긴한 먹거리다.
한설희(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
[한설희 칼럼] 눈 즐거워지고 몸도 즐겁게 해주는 연<蓮>
입력 2015-12-06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