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하고 선택적으로 종양에 흡수되는 광과민제와 정확한 레이저 전달기법이 개발된다면 광역학은 기존 암 치료법과 병행하거나 단독으로 쓰이면서 암환자의 생존율 높이는 치료법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박도현(사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차세대 암치료기술로 등장한 광역학 치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광역학 치료란 빛을 이용해 암 세포를 파괴하는 방법이다. 빛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인 광과민제를 정맥에 주사하면 암 덩어리에만 선택적으로 축적된다. 암 조직 주변에는 염증세포의 하나인 대식세포가 많은데, 이런 환경적 차이 때문에 광과민제가 대식세포가 많은 종양세포 주변에 모여든다. 광과민제가 종양조직에 선택적으로 달라붙은 후 레이저광을 조사하면 광과민제는 빛을 받아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세포괴사가 일어난다.
이론적으로 광역학은 정상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아직 한계도 존재한다. 박 교수는 “부작용이 적은 광과민제의 개발과 종양부위에 정확하게 레이저를 조사할 수 있는 빛 전달기법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2세대 광과민제가 국내에서 사용 가능하다. 처음 진료현장에 들어온 1세대 광과민제는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일단 정맥에 투여한 광과민제가 종양세포에 달라붙기까지 48∼72시간 시간이 걸렸고, 4주간 햇빛을 보지 말아야하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임상에는 1세대 광과민제의 단점을 보완한 2세대 광과민제가 사용되고 있다. 광과민제와 암세포가 달라붙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으로 단축됐고 차광시간도 2일로 줄었다. 박 교수는 “환자가 체감하는 부작용도 줄었고 종양조직까지의 빛의 전달 깊이도 깊어져 큰 사이즈의 종양에도 시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광역학 치료에 대한 의학계의 기대가 큰 점은 종양의 종류의 제한 없이 치료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상조직과 구별되는 암세포의 특징을 이용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암에 적용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일단 수술이 어려운 췌장암 환자에서 치료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췌장암 환자에게 실시한 초음파를 이용한 내시경적 광역학 치료 결과를 외국학술지에 소개했다. 이런 공로로 최근 동성제약 송음 이선규의약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광역학 치료는 빛이 종양조직 깊숙이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4㎝미만의 국소 고형암의 경우 적용할 수 있다. 전이 양상이 있다면 광역학 치료 적용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수술이 어려운 국소 췌장암, 담도암에서 활발히 적용 중이다. 현재는 항암치료 후 재발했거나 방사신 치료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광역학 치료 결과가 축적되면 새로운 암 치료요법으로 수술과 병행하거나 다른 암치료기술과 병행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국내외에서 광과민제와 레이저 전달기법 연구가 활발하다. 앞으로 적용가능한 암 종은 늘어날 것이며 다른 치료법이 절실한 환자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단비 기자
빛 이용한 ‘광역학 시술’ 차세대 치료법 부상
입력 2015-12-06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