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 軍에서 계속 쓰임받고 싶어요”… 北 지뢰 도발로 한쪽 다리 잃은 김정원 하사, 재활치료 후 퇴원

입력 2015-12-02 19:59 수정 2015-12-02 21:41
북한군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사건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정원 하사(가운데)가 2일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의족을 착용한 채 두 달여간 재활치료를 도와준 의료진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사건 당시 지뢰를 밟아 오른쪽 무릎 아랫부분을 잃었던 김정원 하사가 2일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의족을 착용한 채 점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 하사가 지난 10월 이 병원에서 의족으로 걷기 연습을 하는 모습. 뒤쪽에 휠체어를 탄 사람은 같은 사건으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 연합뉴스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로 한쪽 다리를 잃은 김정원(23) 하사가 2일 의족을 착용하고 두 다리로 걸어서 서울중앙보훈병원을 나섰다. 부상을 당했던 지난 8월 4일 이후 4개월 만이다.

김 하사는 전투복 차림으로 보훈병원 2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자 밝은 표정으로 “앞으로도 군에서 (제) 능력을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의족을 한 오른쪽 다리가 약간 불편해 보였지만, 전투화 안에 의족을 차고 있는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거동이 자연스러웠다.

그는 짧은 거리를 달려 보이기도 하고, 두 팔을 들고 펄쩍 뛰어오르기도 했다. 장난스럽게 두 다리를 구부리고 춤을 추는 동작을 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월 7일 휠체어에 실려 보훈병원에 입원, 본격적인 재활훈련을 시작했다.

김 하사는 “가족처럼 정성어린 치료를 해준 물리치료사와 보장구센터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다친 몸도 치료했지만 마음도 치료받고 퇴원한다”고 했다. 그는 국군수도병원에서 한두 달 마무리 치료를 받은 뒤 군에 복귀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정기인사에서 중사 진급 결정이 났다.

김 하사는 지뢰도발 당시 수색팀 선두에서 DMZ 추진 철책 통문 밖으로 나가다가 뒤따르던 하재헌(21) 하사가 목함지뢰를 밟아 크게 다치자 즉각 후송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두 번째 목함지뢰를 밟았고 오른쪽 무릎 아랫부분을 잃었다. 김 하사는 “(지뢰도발 직후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중환자실이었고, 앞으로 평생 한 발로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암담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정신이 들자마자 동료 안부를 묻고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투철한 전우애를 보여줬다. 지난 9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는 “전진”이라며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그는 틈틈이 SNS를 통해 근황을 알렸다. 지난 10월 20에는 “빠밤!!!! 섰다! 걷는다”라는 글과 병원 복도에서 의족을 하고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11월 11일에는 “발은 잃었지만 많은 분들의 수십배 가치가 있는 격려와 응원이 있어 다시 일어선다”며 “전과 다름없이 밝고 긍정적이고 희망찬 현재를 즐기려 한다. 여러분도 희망의 끝까지 밀고 나아가세요”라고 했다. 그는 의족을 한 미국 장애인 멀리뛰기 선수이자 모델인 에이미 멀린스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기도 했다. 한국에서 열린 여성대회 참석차 방한한 멀린스는 지난 10월 19일 보훈병원에서 김 하사를 만나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도와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지뢰 폭발로 오른쪽 무릎 위쪽과 왼쪽 무릎 아래쪽을 절단한 하 하사는 이달 말까지 보훈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다. 하우송 보훈병원장은 “하 하사의 치료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