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새 기후체제가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지구 기온 상승에 관해 너덧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마지막 빙하기부터 산업화 전까지 6만∼7만년 동안 섭씨 4도쯤 높아졌는데, 산업화 이후 230여년 만인 2100년까지 4.6도 올라간다는 게 그 시나리오 평균치다. 기온이 그렇게 높아지는 건 현생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IPCC는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했고 세계가 공감했다.
그러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허용할 수 있는 총량이 약 3조t이다. 2조t은 이미 배출됐다. 앞으로 1조t밖에 안 남았다. 지금처럼 배출하면 2100년까지 4조∼5조t 나갈 거다. 그래서 각국이 온실가스를 얼마씩 줄이겠다는 공약 서류를 유엔에 냈다. 우리도 6월 말에 제출했다.
IPCC 요구를 보면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 피크 시점을 제시하고 그에 비해 얼마를 줄이겠다고 약속하게 돼 있다. 우리는 그 피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2030년에 이만큼 배출할 텐데 우선 그것보다 37% 줄이겠다고 한 거다. 그러니까 글로벌 룰에서 보면 이것은 과욕이 아니라 열심히 (우리 입장을) 설명해야 수긍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기업에선 과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37% 중 기업의 몫은 12%다. 나머지 25%는 가정, 빌딩, 수송 등 다른 영역이 부담한다. 지금 기업 목소리가 너무 큰 측면이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거래 실적이 없다.
“내년 3월 이후에는 활성화될 것이다. 이 제도를 먼저 시행한 선진국도 다 그랬다. 내가 배출량을 얼마나 초과하는지 알아야 필요한 또는 필요 없는 배출권을 사거나 팔 것 아닌가. 올 연말까지는 그걸 가늠하는 기간이다. 올해 허용량 대비 ‘내 배출량’을 확인한 기업들이 내년부터 거래에 나설 거라고 본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배출가스 정책을 어떻게 펼 생각인가.
“이번에 조사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방법을 달리한 게 있다. 실내 검사는 그동안 25분간 한 차례 테스트하고 바로 합격 여부를 판정했는데, 이걸 다섯 번 했다. 그랬더니 처음엔 합격하다가 나중에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현상이 나왔다. 실내 검사도 더 강화할 단서가 나온 거다.
중소형차는 2017년 9월부터는 실도로 주행 검사를 하게 된다. 머리가 비상해서 실내 검사처럼 실도로 검사도 빠져나가려 할지 모르는데,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다. 과징금을 차종당 최고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10배 높이고, 처벌 규정도 만들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에 물어보면 ‘폭스바겐 같은 일은 절대 없다’고 말하는데, 전부 검사하기로 했느니 결과가 나오면 알 수 있을 거다. 결과에 따라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다. 앞으로 좋아질 수 있는 것인가.
“우선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국내에서 발생되는 게 굉장히 많다. 우리가 먼저 줄여야 한다. 대기가 정체 상태일 때 미세먼지는 100% 한국산이다. 편서풍이 불 때는 상대적으로 중국 미세먼지가 높아진다. 중국 것이 우리에게 오고, 우리 것이 일본에 간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 것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외국 변수를 빼고 볼 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도쿄보다 2배 높다.
수도권부터 대기 질 개선 2차 계획을 하고 있다. 이게 금방 줄어들지 않는다. 사실 10여년 전만해도 지금의 2배 수준이었다. 10여년 전보다 국내 발생량이 많이 줄었는데 그래도 일본보다 2배다. 이걸 또 절반 줄이려면 10년 걸릴 거다.
그래서 당장은 정확한 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세먼지가 많으면 야외 활동 줄인다든지 대처할 수 있도록. 수도권에는 이틀 예보를 시작했고, 2017년부터 전국에 확대하려 한다. 예보는 사람 직관과 경험이 중요하다. 컴퓨터가 시뮬레이션을 하긴 하지만 사람의 판단이 좌우한다.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그 경험을 쌓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외국 변수와 관련해서 중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에게 대기 질 정보를 실시간 제공키로 했다. 그걸 예보에 반영하면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다. 한·중·일 협업 예보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란이 거셌다. 어떻게 보나.
“지자체가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국에 케이블카가 50여개 있다. 그중 경제성이 있는, 즉 수익 나는 곳은 다섯 손가락 안쪽이다. 나머지도 문 닫지는 않고 굴러 간다. 그런데 그렇게 운영하는 게 경제성이 있느냐. 그걸 판단하려면 케이블카 직원 중 중하위직 연봉을 보면 된다. 상당수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일 것이다. 그건 경제성이 없는 거다. 최저임금 받는 사람들 골을 빼먹으며 케이블카 돌리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사회 통념상 적정한 임금을 주면서 운영할 수 있어야 경제성이 있는 건데, 내가 볼 때 그런 건 다섯 개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수익성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근무하는 사람도 실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낡아지고 안전에 문제 생긴다. 그러면 환경은 환경대로 망가지고.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은 하위직 최저임금 직원의 인생으로 갚는 셈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지자체가 잘 봐야 한다. 케이블카 하겠다는 곳마다 스위스 몽블랑, 융프라우 얘기를 한다. 우리나라에 2000m 넘는 산 있나? 지자체들이 말하는 산은 3000m, 4000m다. 한여름 올라가면 한겨울인 곳인데, 설악산 대청봉에 가봐야 지상보다 5도 정도 낮을 뿐이다. 노약자·장애인의 국립공원 관람권을 얘기하는데, 그분들에게 탑승료 받을 거냐? 탑승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해드려야 할 분들인데, 정말 그분들을 위해서 하는 거라면 수익을 얘기하면 안 된다.”
wjtae@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윤성규 환경부 장관] “한국 온실가스 37% 감축 목표 과한 것 아니다”
입력 2015-12-03 20:38 수정 2015-12-04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