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부분이 버들잎처럼 길쭉하게 생긴 고려시대 청동 숟가락, 입 부분에 태극무늬 혹은 글자 ‘수복(壽福)’을 큼지막하게 새긴 조선시대 유기 숟가락…. 옛 사람들의 밥상 위에 놓였을 물건들이 진열장에 들어가니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숟가락이 공예라는 이름으로 전시된다. 매끼 먹기 위해 쓰는 도구라 예술로 주목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시대인의 미감과 가치, 음식문화, 계급성이 반영되어 있는 게 이런 일상의 물건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공예문화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제1회 서울공예박람회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 2관에서 열리고 있다. 먹고살기 위한 도구로서의 숟가락을 조명하는 특별전이 흥미롭다. 전시를 기획한 정준모씨는 2일 “요즘 금수저·흙수저 등 수저론이 무성하지만 선조들이 쓰던 숟가락에는 재질과 무늬 등에서 그런 계급성과 세속적 욕망을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온고지신’을 내세운 주제전시관에서는 금속공예와 목공예를 중심으로 한국공예의 역사를 보여준다. 금속공예는 고려시대의 은입사정병에서 볼 수 있듯이 화려하고 정교하기 그지없다. 우수한 공예 전통을 현재까지 이어지게 한 징검다리로서 1908년 설립된 이왕직미술품제작소가 조명된다. 근대문물의 유입과 함께 공장 제작이 가능해지며 전통공예의 기반이 급속해 와해되어가자 이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왕실 기물제작소다. 이곳에서 제작한 은제품과 화양풍(서구와 우리 전통을 절충한 양식) 가구들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공모전 수상작 등을 전시하는 정책 알림관과 공예품을 사고파는 장터도 마련되는 등 총 160명(업체 포함)이 참여하고 있다. 전시는 6일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숟가락부터 은주전자까지… 제1회 서울공예박람회 6일까지
입력 2015-12-02 20:55 수정 2015-12-02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