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때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땅에 머리를 부딪치며 피가 나도록 청 황제에게 절을 했습니다. 삼전도의 굴욕입니다. 예수님은 만왕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와 있는 내용은 무엇입니까. 헤롯이 아기를 찾아 죽이려 하니 예수님은 애굽으로 피했습니다. 후에 이스라엘로 돌아오셨지만 아켈라오가 두려워 나사렛이라는 촌동네로 가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습니다. 만왕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은 왜 이토록 굴욕을 당하셨을까요.
그의 가슴에 사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철저히 구약성경에 예언된 내용대로 움직이셨습니다. 이런 사람을 사명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본인을 잡으러 온 무리를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셨습니다. 그분의 사명은 아기로 오셔서 성장하고 십자가를 지시는 것이었습니다. 인류의 모든 죄를 지시고 돌아가시는 것입니다. 만약 순간적인 분노로 능력을 사용하면 속은 시원할 수 있지만 그 순간 인류를 구원하는 길은 사라집니다. 그래서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받을 세례가 있으니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 나의 답답함이 어떠하겠느냐.”(눅 12:50) 그분은 심한 내적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을 죄에서 구출할 수 있다면 그 답답함을 기꺼이 감수하리라 결심하셨던 것입니다.
삶에서 굴욕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그리스도를 바라봐야 합니다. 나를 죽여 한 영혼이라도 구원할 수 있다면, 내게 맡기신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넘어서리라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예수님은 약할 때 강함 되시는 하나님을 보여주기 위해 굴욕을 당하셨습니다. 아기는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기 예수님이 죽음의 위기에 놓였을 때 주의 사자가 현몽해 애굽으로 피하도록 도우십니다. 그가 철저히 약해지셨을 때 하나님은 정확하게 일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아직 영광의 날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굴욕을 당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동안 자신의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때는 언제입니까. 바로 십자가의 고난을 넘어 부활의 영광을 얻을 때입니다. 그날에는 인간을 향한 구원의 계획이 완성됩니다. 그날이 오면 모든 영광을 다 취하실 것입니다. 모든 피조물들이 그분을 지극히 높여 찬양할 것입니다. 그 영광의 날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님은 잠시 굴욕의 아픔을 겪으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들에게 영광의 날을 예비하십니다. 그리고 그 영광의 날이 오기 전에 십자가의 시간을 지나게 하십니다. 어떤 이는 더디다고 느끼며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성도가 굴욕을 느끼게만 하지 않으십니다. 굴욕이 심하다면 하나님의 때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힘들어서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부르짖는 그 시간에 하나님이 다가오십니다.
길성운 목사(서울 성복중앙교회)
[오늘의 설교] 왕의 굴욕
입력 2015-12-02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