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화보다 SNS를 통한 의사전달이 더 친숙한 시대다. 메시지 중간중간 상황에 맞는 이모티콘을 곁들이면 쉽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때문에 SNS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기본 이모티콘 외에 아이템당 2000∼3000원씩 하는 이모티콘을 한두 개쯤 구매해 갖고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나 세계적으로 유행이면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지난달 ‘올해의 단어’로 단어가 아닌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 이모지를 선정했을 정도다.
흔히 이모티콘으로 불리는 이모지는 각종 부호의 조합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이모티콘이 한 단계 진화한 그림문자다.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각각 미국과 일본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스콧 팔먼 미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1982년 온라인 게시판에 웃는 표정 ‘:-)’와 성난 표정 ‘:-(’을 올린 게 이모티콘의 시초이고, 이모지는 1999년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의 연구원 구리타 시게타카에 의해 탄생했다. 구리타는 한자와 만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모지를 개발했다고 한다. 2013년 8월 옥스퍼드 사전 온라인판에 신조어로 처음 등록된 영어단어 이모지는 일본어 ‘에모지(繪文字·그림문자)’에서 따온 것이다.
세계인이 애용하다보니 세계표준이 마련돼 있고, 이모지만으로 표현한 문학 작품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텍스티콘(1세대), 그래픽콘(2세대) 단계를 지나 움직이거나 소리가 나는 애니콘·사운드콘(3세대)으로 발전한 이모지는 이제 단순한 감정 표현의 수단을 넘어 의사소통의 도구로 진화했다.
카카오톡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 3900만명 가운데 하루 1000만명 이상이 1인당 평균 20개의 이모지를 사용한다. 국내 이모티콘 시장 규모는 현재 1000억원대에 이르며, 매년 30∼50% 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러다 이모지가 문자를 대체하는 게 아닐까.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이모지 전성시대
입력 2015-12-02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