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정희수] 인터넷전문은행의 향후 과제

입력 2015-12-02 17:39

지난달 29일 카카오뱅크와 K-뱅크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은행산업에 새로운 신규 진입자의 탄생이 가시화됐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인수·합병으로 은행 수가 계속 감소했으나 ICT기업이 주도하는 2개 은행의 진입으로 은행산업의 경쟁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무점포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건비와 임대료 등의 절감 효과를 가격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그리고 주주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플랫폼사업자, 통신, 유통, 금융회사 등 다양한 업종에서 참여하고 있어 잠재 고객과 인프라 기반도 이미 확보된 상태다. 업무 영역에서도 핀테크 기능을 접목해 보다 간편한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킬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도입한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새로운 형태의 은행 설립은 기존 은행산업의 발전과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시장보다 예금과 송금(환전)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초기 결제성 예금을 중심으로 한 고객기반 확보에 주력한 후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유치할 것이다. 결제성 계좌와 연계해 체크카드 등 부수업무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쇼핑 등 소액결제 계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SNS 전파효과가 큰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이다. 다만 업력 15년이 넘는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예금 점유율이 1.6%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모바일 기반 아래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송금(환전)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면서 기존 국내외 송금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이미 송금 관련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도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출시장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 대출시장에 집중함에 따라 제2금융권과의 대출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은행과 대출시장에서 직접 경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심사 기준을 도입하더라도 은행에서 중금리 대출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대출 실적은 쉽게 증대시킬 수 있으나 대출 업무에서 사후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모바일뱅킹 등 온라인 채널의 진화를 선도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비해 일반 은행들은 기존 인터넷뱅킹과 다른 별도의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다양한 핀테크 기업과 전략적 제휴가 활성화되면서 금융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고객 유치와 수익성 확보는 별개 문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설립 초기에 계좌 수는 빠르게 증가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거래 유지와 교차판매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은행업에서 고객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IT부문의 안전성 확보는 필수이다.

이제 한 고비 넘겼을 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하는 ICT기업의 지분율이 10%에 불과하고 은산분리 완화 내용을 포함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문제는 남아 있다. 지나치게 복잡한 주주 구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참여 주주들이 각자 모회사와의 사업 연계를 도모할 경우 불협화음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ICT기업을 중심으로 새롭게 은행을 설립한 만큼 기존 은행과 다른 특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도 있다. 예대업무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硏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