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금성면 청풍호로 ‘제천산악체험장’에서는 직장인들이 두 팀으로 나눠 시가전을 벌이는 서바이벌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죽느냐, 죽이느냐?’ 한 발의 총알이 생사를 좌우하는 긴박한 ‘전투의 장’이 펼쳐진 것.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보호 장구를 갖췄다. 게임에 사용되는 총의 페인트 총알이 50m 이상 발사되는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얼룩무늬 복장으로 갈아입고 상반신에 팀을 구분하기 위해 색깔이 다른 보호막을 찼다. 이어 목 보호대, 장갑 등을 착용한 뒤 얼굴에 고글 헬멧을 썼다. 보호장구만 갖추면 가까이에서 맞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다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게임 중 보호장구를 벗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고글이다. 총알이 눈에 튀어 들어갈 경우 실명 위기에 처할 수 있어서다.
총을 지급받은 뒤 게임장으로 이동했다. 시가전에서 볼 수 있는 벽과 창문 등 여러 가지 은폐·엄폐 시설이 마련돼 실전과 같은 전투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공격’ 신호와 함께 양측이 서로 상대편으로 접근했다. ‘탕 탕∼.’ 사격이 시작되자 얼룩무늬 복장에 선명한 페인트 자국이 보인다. 총알을 맞은 사람은 두 손을 높이 들고 ‘전사’라고 크게 외친 뒤 게임장에서 빠져나간다. 이리 뛰고 저리 기어 다니다 보면 쌀쌀한 날씨에도 땀이 흐른다.
서바이벌 게임을 한 뒤에도 충전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강심장’ 경기에 도전해 보자. 단체나 팀이 공동의 과제수행능력을 높이고, 대인관계의 기술이나 문제해결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는 ‘팀 빌딩’과 ‘마린타워’ ‘집라인’ ‘클라이밍’ ‘스카이타워’ 등 흥미진진한 여러 산악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톡톡 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3층 구조의 선박모형을 한 ‘마린타워’는 브이(V)로프, 오크통, 미얀마 브리지, 트리터널 등 여러 시설을 하나의 타워에 접목한 복합 챌린지타워다. 한 곳에서 8가지 코스를 연속적으로 진행해 대기시간을 없애고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시설물을 체험할 수 있다. 한발 내디딜 때마다 출렁거리는 징검다리는 밑에서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지상에서 15m 높이로 설치된 ‘스카이타워’는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11m 높이에 트리빔, 스턴트맨, 멀티로프, 스카이드롭 등 8가지 고공코스를 겸비한 복합타워다.
산악체험장 바로 옆은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무암계곡이다. 무암사 방향으로 오르다 오른쪽 계곡으로 빠지면 동산(東山) 등산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풀막을 20∼30분 정도 오르면 약 200m 높이에 남근석이 우뚝 솟아 있다. 모양이 기묘하다. 이곳에 서면 금수산 산맥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발아래 청풍호가 저녁놀에 물들며 황홀한 풍광을 펼쳐낸다.
제천에는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노래로 유명한 고개가 있다. 해발 453m에 위치한 고갯길에 위치해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을 갈라놓은 험한 산을 말한다. 과거 박달재는 충주와 제천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로, 고개를 넘는 차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고개 아래로 터널이 생겨 관광지로만 남아 있다.
조선 중기 경상도 젊은 선비 박달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중 백운면 평동리에 이르러 해가 저물자 어떤 농가에 찾아 들어가 하룻밤을 묵게 됐다. 이곳에서 금봉을 만났다. 첫눈에 반한 박달과 금봉은 금세 가까워졌고 이튿날 떠나려던 박달은 더 묵게 됐다. 그는 과거에 급제하면 금봉과 함께 살기를 굳게 약속했다. 자나 깨나 금봉을 생각하던 박달은 결국 낙방을 하고, 금봉을 볼 낯이 없어 평동에 가지 않았다. 박달의 장원급제를 빌던 금봉은 박달이 떠나간 고갯길에서 박달을 부르며 오르내리다 상사병으로 한을 품은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금봉의 장례를 치르고 난 사흘 후에 박달은 평동에 돌아와 고개 아래서 금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치며 목 놓아 울었다. 울다 얼핏 고갯길을 쳐다본 박달은 금봉이 고갯마루를 향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쫓아가 고갯마루에서 겨우 금봉을 잡았다. 금봉을 끌어안는 순간 박달은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렸다.
박달재를 넘어 제천 시내로 들어서면 제천향교 건너편에 민화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동네 구석구석 담벼락에 ‘솔로탈출’ ‘대박’ 등을 기원하는 복주머니, 그네를 타다 신발을 잃어버린 춘향 등 민화와 전래동화 이야기가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되살아나 있다.
제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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