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예산정국 막판 노동개혁 관련 5법 연내 처리 문제를 최대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예산안 의결 시한 하루 전날 돌연 ‘예산·법안 연계’ 방침을 들고 나온 건 ‘예산 정국’이 끝나면 야당을 압박할 수단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컸다. 곧 총선정국에 들어서는 만큼 박근혜정부 역점 사업인 노동개혁 처리가 무산될 수 있다는 불안함이 당정을 채근했다는 분석이다.
법안 처리 실적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당 안팎의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야당이 수용하기 힘든 법안들을 예산안 처리와 묶어 선전포고 식으로 제안한 것은 결국 2일 본회의 때 정부안을 원안대로 처리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與지도부, ‘정부안 단독처리’로 野 압박=김무성 대표는 1일 예산 관련 긴급 당정회의에서 작심한 듯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을 언급하며 예산안 연계 입장을 밝혔다. 야당이 예산안과 법안을 연계시킨 적은 있어도 집권 여당이 공개적으로 이런 입장을 밝힌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원내 관계자는 “사실상 노동법안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특히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경론이 일었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의 유일한 장점이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라며 “국회 의결 시한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그때까지 합의가 안 되면 정부안을 통과시키는 게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했다. 정부안 처리에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실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른 의원은 “당 지도부의 협상이 느리고 성과도 없다는 불만이 청와대에 쌓여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야당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을 수 있으니 결국 어떻게든 협상안을 마련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실제 야당은 ‘불시의 일격’을 당한 뒤 새누리당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지만 밤늦게 협상을 재개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이미 본회의에 부의된 상황이어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 결과적으로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맞아떨어져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게 된 셈이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관광진흥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새정치연합은 대리점공정화법과 모자보건법, 전공의보호법 처리를 얻어냈다. 오는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에 이어 12월 임시국회 소집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동개혁 관련법 연내 처리가 관건=새누리당은 여야 지도부 협상에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를 강하게 주문했다. 법안 처리를 위한 특위 설치나 야당의 연내 처리 확약을 받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 대표와 현기환 정무수석은 국회에 남아 회동 상황을 챙겼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 관련법을 입법권을 가진 특위에서 논의해 관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도 제출해놓은 노동개혁법이 있으니 이를 즉시 같이 논의해 올해 안에 합의 처리하자고 제안했다”며 “그런데 야당이 시한을 정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임시국회 내 처리라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다만 합의안에 ‘사회적 논의’라는 문구를 넣지 않을 경우 절대 합의할 수 없다고 버텼다고 한다. 임시국회도 ‘이번’이라는 문구를 제외해 시한을 못 박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지혜 고승혁 기자 jhk@kmib.co.kr
‘노동개혁 5법’ 처리 시점 불씨 남겨
입력 2015-12-02 00:03 수정 2015-12-02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