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정국 진통] 野, 연계처리 반발… ‘협상 보이콧’ 맞불

입력 2015-12-01 22:04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오른쪽)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일 정부 예산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1일 새누리당의 ‘예산·법안 연계’ 방침에 ‘국회 보이콧’이 아닌 법안·예산안 심사를 잠정 중단키로 한 것은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심사를 포기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전혀 챙길 수 없고, 법안 심사를 전면 거부하면 ‘발목잡기’라는 역풍이 불 수 있다.

새누리당에 불시의 일격을 당한 새정치연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야당은 오전까지만 해도 내년도 예산안 합의 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처음으로 (예산안 관련 협상이) 제대로 돌아갔는데, (오늘) 오후 (여당의 태도가) 돌변했다”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뭔가 훈령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연계 방침’ 소식이 전해지자 급히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같은 시각 고위전략회의를 주재하려던 문재인 대표도 회의를 취소하고 의총에 참석했다. 의총에서는 여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한 성토가 쏟아졌지만 결론은 ‘김 대표의 사과’를 선결조건으로 한 법안·예산안 심사 잠정 중단이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긴급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어제 김 대표가 ‘법안과 예산은 별개이고 그 점에 대해 신의를 가지고 계속 (심사를) 진행한다’고 했다”며 “바로 하루가 지나서 신의를 저버리는 태도에 대해 강력하게 성토하고 김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김 대표의 사과가 있을 때까지 양당 원내지도부 간 협상을 중단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이 김 대표의 ‘약속 위반’을 집중 부각하는 이유는 예산안 및 주요 법안 처리가 파행될 경우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여당에 돌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가 끝내 불발돼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 원안대로 처리되거나 여야 힘겨루기로 쟁점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야당에 쏟아질 비판의 원인을 여당과 김 대표에게 지우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것이 현실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2일 정부 원안대로 자동상정되기 때문에 예산안 협상을 무기한 중단할 수 없다. 또한 당내에서는 ‘원내지도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레버리지로 활용했어야 했다’는 등 원내협상 전략에 대한 비판이 있어 여당이 요구하는 관광진흥법 등을 매개로 협상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진퇴양난 상황 속에 열린 의총에서는 “차라리 정부 원안대로 예산을 통과시키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