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정국 진통] 與, 예산·법안 연계… ‘예산안 무기’ 활용

입력 2015-12-01 22:0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오른쪽)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일 정부 예산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이 예산안 의결 시한 하루 전날 ‘예산·법안 연계’ 방침을 들고나온 건 ‘예산 정국’이 끝나면 야당을 압박할 수단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법안 처리 실적이 저조하다는 당 안팎의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야당이 받아들이기 힘든 안을 시간도 촉박한 상황에서 선전포고식으로 제안한 것은 결국 2일 본회의 때 정부안을 원안대로 처리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무성 대표는 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불러 예정에 없던 예산 관련 긴급 당정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예산과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 그리고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은 반드시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야당이 예산안과 법안을 연계시킨 적은 있었어도 집권 여당이 공개적으로 이런 입장을 밝힌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원내 관계자는 “법안이 정리돼야 이에 맞춰 예산을 최종 확정할 수 있다”고 했다.

당내에선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경론이 번졌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의 유일한 장점이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라며 “국회 의결 시한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그때까지 합의가 안 되면 정부안을 통과시키는 게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했다. 정부안 처리에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실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른 의원은 “지도부의 협상이 느리고 성과가 없다는 불만이 청와대에 많다”고 했다. 정부안 대신 여당 단독 수정안을 제출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새누리당의 긴급 제안 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 심사는 중단됐다. 예결위 관계자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국고 지원과 사회간접자본(SOC) 지역 배분 문제를 제외하면 나머지 쟁점들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했다. 심사 상황만 놓고 보면 여야 합의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안 연계라는 의외의 변수가 터지면서 그동안의 협상 결과가 물거품될 처지에 놓였다.

올해 예산 심사 역시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산안조정소소위’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회의엔 예결위 여야 간사와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 기재부 예산실장 정도만 참석한다. 여기서 어떤 항목의 예산이 얼마나 늘고 주는지 예결위원은 물론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조차 자세히 모른다. 한 예결위원은 “효율적 심사를 위해 양당 간사에게 심사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국회 관계자는 “매년 시한에 쫓기니 잘못된 관행이 생겼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