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 ‘이재용 인사’… 모바일·가전 사장단 세대교체

입력 2015-12-01 21:26

올해 삼성 인사는 ‘전문성’과 ‘도전정신’으로 요약된다.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에게 사업을 맡겨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황무지에서 사업을 일궈낸 인물은 승진으로 보상하는 ‘신상필벌’의 원칙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1일 인사에서 고동진 부사장을 무선사업부장(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지금까지 무선사업부장은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대표이사가 겸임해 왔다. 고 사장은 무선사업부에서 상품기획, 기술전략 등 다양한 업무를 해 온 전문가다. 갤럭시S6와 노트5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에 폭넓은 안목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강점이었던 하드웨어 역량을 유지하면서 소프트웨어 분야도 강화해 스마트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하던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도 생활가전사업부장을 후배에게 물려준다. 윤 대표이사가 SUHD TV, 셰프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기반을 잘 만든 만큼 이를 바탕으로 가전 시장에서 1위 프리미엄 업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과제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문은 크게 부품을 담당하는 반도체·부품(DS)부문과 세트(완제품)를 책임지는 CE·IM부문으로 분류된다. 이날 인사를 통해 삼성은 삼성전자 세트부문의 수장을 모두 바꿨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실적을 살펴보면 DS부문이 선전한 반면 CE와 IM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무선사업부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을 새로 선임한 것은 실질적인 리더 교체를 통해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리더 교체가 윤 대표이사와 신 대표이사의 ‘2선 퇴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이사와 신 대표이사는 각각 CE부문과 IM부문 대표이사 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조직 전체를 관장하는 역할은 그대로 한다는 설명이다.

주요 사업부 리더 교체로 삼성전자 사업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전동수 삼성SDS 사장을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위촉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전 사장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에 깊은 이해를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꼽히는 의료기기 사업에 힘을 싣는 배치라는 평가다.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카메라 사업은 축소되거나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LSI개발실장, 플래시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맡으며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정칠희 부사장을 종합기술원장(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룹 내 호텔 및 면세유통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은 한인규 부사장을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전문가들을 발탁했다.

초창기부터 삼성 바이오 사업 전반을 기획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에 주도적 역할을 한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은 도전정신이 높이 평가돼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은 고 사장이 바이오 사업을 삼성의 대표 주력 사업으로 조기에 성장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오현 부회장도 겸직하던 종합기술원장을 내놓았고, 삼성SDS 사장에는 정유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담역이 내정됐다. 삼성전자 홍원표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이동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