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57·사진) 전 KT&G 사장이 국세청과 경찰의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스트를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 대가로 100억원을 훌쩍 넘는 KT&G 건물 신축공사 수주권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협력업체들과의 석연찮은 뒷거래부터 점검하던 검찰의 KT&G 수사는 방만 경영의 본류에 진입했다. 내사 도중 돌연 사임했던 민 전 사장의 검찰 소환 역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는 민 전 사장으로부터 공무원 로비 청탁과 함께 거액의 공사 수주 기회를 부여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남판우(58) NY파트너스 회장을 1일 구속 기소했다. 민 전 사장은 2013년 3월 남씨에게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와 경찰청 수사를 받고 있다. 진행 상황을 알아봐주고 이를 무마해 달라”고 청탁했다. 남씨는 KT&G가 자신과 친한 D종합건설 대표 지모(42)씨에게 공사를 맡기는 조건을 달아 이를 받아들였다.
남씨는 정관계 인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해결사’ 노릇을 하는 데 익숙한 로비스트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그는 20여년 전부터 유력 정치인이 주도했던 산악회 활동을 하면서 인맥을 넓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계사 고문, 봉은사 신도회장을 맡아 불교계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2008년부터 조용필장학재단의 비상임 이사로 일할 정도로 마당발이었다.
민 전 사장은 남씨를 부동산 개발업체 N사 강모(51) 대표로부터 소개받았다. 강씨는 2010년 민 전 사장의 직속 기구였던 KT&G 부동산사업단의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을 중개했던 인물이다. 강씨는 이 과정에서 충북 청주시 공무원에게 6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가 드러나 2013년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 전 사장과 남씨의 ‘로비 거래’가 있었던 다음 달인 2013년 5월 KT&G 내장산연수원 건립 공사를 D종합건설에 맡겼다. 수주액은 117억원에 이르렀다. 남씨는 그해 7월 조계사 다실에서 지씨를 만나 알선 대가로 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남씨가 실제로 공무원을 접촉해 로비 시도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KT&G는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로 추징금 448억원을 물게 됐다.
검찰은 남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지씨는 약식 기소했다. 범행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의 KT&G 수사는 주변부를 면밀히 조사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검찰은 지난 8월 담뱃갑 인쇄 업체 등 7곳을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시작해 KT&G와 협력업체 사이의 고질적 유착을 밝혀 왔다. KT&G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앉고, 납품 계약은 이윤을 보장해주는 형태로 부당거래가 이뤄졌음이 드러났었다.
검찰 수사는 이제 민 전 사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2010년 2월 사장에 선임된 그는 2013년 2월 연임됐다. 당시 대표적 MB맨으로서 여전히 이명박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구설에 오르내렸다. 배임·횡령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7월 29일 임기 만료를 7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전격 사임했다. 당시 KT&G는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다했다고 판단,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KT&G 수사 방만경영 몸통 겨눈다… 민영진 전 사장 세무조사·수사 무마 청탁 드러나
입력 2015-12-01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