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親文’ vs ‘親安’… 野, 출구없는 자중지란

입력 2015-12-01 21:5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1일 서울 서대문구 거북골로에 위치한 독거노인 김정희 할머니 집을 찾아 김 할머니와 손을 잡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당 안철수 의원(오른쪽)이 광주 남구 임앙동 광주김치타운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김장을 담그다 김치를 시식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의원의 ‘혁신 전당대회’ 제안을 놓고 ‘친문(친문재인)’과 ‘친안(친 안철수)’ 세력으로 갈라졌다. 주류와 비주류가 각각 ‘공천혁신안’과 ‘혁신경쟁’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접점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친문, 친안의 라디오 공개설전=친문과 친안 진영 인사들은 1일 저마다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공개설전을 벌였다. 친문 의원들은 안 의원 제안에 대해 ‘순진한 발상’ ‘동떨어진 답’이라며 평가절하했고, 친안 의원들은 ‘문 대표가 안 의원을 들러리 세우려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문 대표 핵심 측근인 노영민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안 의원 주장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당 대표를 새로 뽑는 전대는 사생결단, 줄세우기 전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힘을 모으라는 지지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승부를 벌이자는 것은 동떨어진 답”이라고 했다. 그는 “공천이 불안하다는 조바심 때문에 비롯된 측면이 상당히 크다”며 친안 의원들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친안 진영도 물러서지 않았다. 문병호 의원은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안·박 연대는) 결국 안 의원더러 들러리를 서라는 것”이라며 “문 대표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은 나쁜 놈들이라고 얘기하면서 (안 의원에게)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은 절차와 내용에 안 맞는 홍보용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文·安 ‘마이웨이’…중재 어려워=문 대표와 안 의원은 이날도 ‘마이웨이’ 행보를 했다. 문 대표는 “이번 주까지 입장을 밝히라”는 안 의원 요구에 대해 “너무 재촉할 일은 아니다. 조금 더 의견을 듣고 답을 내놔야겠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문 대표는 초·재선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조찬강연에서 “안 의원이 단결이 아니라 대결을 선택한 것이어서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며 “지금 상태에서 사퇴하는 건 무책임해 보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5∼6일쯤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일정을 마친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광주에서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별명을 하나 얻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소신 있게 관철해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토론회와 강연 일정을 늘리는 한편 당내외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혁신전선’ 확산에 적극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문 대표를 제외한 새정치연합 최고위원들은 혁신전대 개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동을 가졌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원샷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최고위원들은 당 분열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밝혀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문·안 두 사람 간 간극이 벌어짐에 따라 그동안 중재 노력을 해 온 당내 그룹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날 중진의원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의견이 엇갈려 해법을 도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당내 모임인 ‘통합행동’의 한 인사도 “문·안 협력이 무산돼 새로운 대안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두 차례 당 대표를 역임했던 정세균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통합의 가치를 모르는 정치인은 정치할 자격이 없다”며 친문·친안 양 진영을 모두 비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