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서울시 “지방자치 원칙 훼손” 반발

입력 2015-12-01 21:37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복지정책에 제동을 거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자 지자체들이 ‘지방자치 훼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교부세 배분·삭감 기준 등을 변경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새 시행령에는 부동산교부세 배분기준 중 사회복지 비중 35%로 확대, 지방교부세 감액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때 정부(보건복지부)와의 협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그 결과에 따르지 않고 많은 경비를 지출한 경우 해당 금액만큼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내용이 신설됐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서울시는 입장문을 통해 “개정안은 지방교부세를 수단으로 지방의 지역복지사업 전반을 사실상 중앙에서 승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모법인 지방교부세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법률전문가들은 개정안이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지방자치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활동비를 지원하는 ‘청년활동지원 사업’이 시행령 개정으로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24세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청년배당’과 ‘무상교복’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 등의 복지정책을 추진해 온 성남시도 반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보장기본법 1조는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이법을 복지 축소 이유로 악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복지부의 재협의요구나 사회보장위원회 조정을 거부하고 무상교복정책의 일방 강행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지난 8월 시에 주민등록을 둔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교복을 지원하는 내용의 무상교복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국무위원들과 박원순 서울시장 간 격론이 벌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년활동 지원사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지자체의 과도한 복지사업은 범죄로 규정될 수도 있다”고 말하자 박 시장은 “정책 차이까지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과한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제정부 법제처장이 개정안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하자 박 시장은 “지방의 독창적인 정책까지 교부금을 수단으로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