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신도회가 2차 민중총궐기 집회 다음 날인 6일까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은거를 용인키로 했다. 한숨 돌린 민주노총은 오는 5일 집회를 평화적으로 치르겠다고 재차 공언했다. 조계종을 중심으로 종교인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 평화집회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그러나 경찰은 여전히 집회를 원천봉쇄할 태세다. 이미 집회 신고 2건을 불허했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조계사에 진입하는 상황도 배제하긴 어렵다. 평화집회를 공언한 민주노총 지도부가 ‘시위꾼’ 과격파를 통제하지 못해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변수 탓에 12·5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될지, 폭력과 진압의 악순환이 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조계사 신도회는 1일 오후 비상총회를 열고 한 위원장에게 조계사에서 나가줄 것을 촉구하되 6일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당초 신도회장단은 한 위원장에게 지난 30일 밤까지 나가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한 걸음 물러나 시간을 더 주면서 명확한 퇴거 시한을 못 박은 것이다. 신도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직간접적으로 6일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표현을 자주 해왔다. 보름 넘게 참았는데 조금만 더 참자는 의견과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라는 의견이 대립했지만 일단 인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의 직후 한 위원장은 조계사 관음전 창문에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는 평화시위를 약속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조계사 신도들의 결단에 감사한다. 2차 집회가 차질 없이 운영되도록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종교인과 시민들에게 “12월 5일 집회가 평화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꽃을 들고 나와 달라”고 독려했다. 화쟁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인이 나설 테니 시민들도 꽃 하나씩 들고 2차 집회에 참여해 달라. 개신교 성공회 원불교 등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경찰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전만 해도 한 위원장을 내보내자는 분위기였는데 이렇게 되니 안타깝다”며 “분위기를 봐서 배치 인원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화집회가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찰이 조계사로 진입해 한 위원장 검거를 시도한다면 평화집회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2002년 이후 경찰은 조계사 경내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선 대통령이 귀국하는 5일 전에 상황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500여명이 조계사 주변을 막고 있어 한 위원장의 도주 가능성은 낮다. 경찰은 당초 80명 수준이던 형사 인력도 100여명으로 늘리고 투입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4일 복면시위를 테러로 규정하는 대통령 발언 이후 경찰은 연일 엄정 대처를 강조해 왔다.
경찰이 모든 집회 신고에 금지 통고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12·5집회는 원천적인 불법집회가 된다. 불법·폭력에 엄정 대응한다는 경찰 방침에 따라 강경 진압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경찰이 집회 불허 방침을 유지할 경우 신고 여부에 상관없이 집회를 강행한다는 민주노총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경찰은 이미 질서유지선을 넘는 등 위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폭력이 없더라도 엄정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설령 집회가 허용돼도 주최 측이 일부 과격파를 통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최근 민주노총이 주최한 대규모 집회에선 잇따라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조계사 신도회… “한상균 6일까지 시간 주겠다”
입력 2015-12-01 20:00 수정 2015-12-01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