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30일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한국교회가 우려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납세 의무에는 찬성하지만 정부가 공청회도 제대로 열지 않은 채 법안을 추진해 사실상 목회자를 ‘탈세자’로 몰면서 납세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과세 근거도 없이 목회자를 ‘탈세자’로 몰아=종교인 과세란 목사 신부 승려 등이 소속 종교단체 등에서 받은 금품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교회는 세수효과가 없는데다 종교간·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키는 종교인 과세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교회 65개 교단과 주요 단체로 구성된 한국교회교단연합 과세대책위원회 자문위원 김기명 세무사는 1일 “공동생활로 숙식을 해결하는 천주교·불교 성직자와 달리 개신교 목회자들은 개별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생활비를 받는다”면서 “그렇다 보니 개신교 목회자들이 타 종교보다 많은 생활비를 받는 것처럼 보이고 목회자가 종교인 납세의 타깃이 되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세형평성을 운운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일반 근로자와 목회자가 같은 적용을 받을 때나 써먹을 수 있는 주장”이라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밤낮없이 사명을 감당하는 목회자와 근로자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나.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김 세무사는 “국회가 법을 새로 만든다는 말은 그동안 종교인을 대상으로 과세할 법이 없었다는 뜻”이라면서 “세금을 부과할 법도 없으면서 어떻게 목회자들이 조세를 회피하거나 탈세했다고 비난할 수 있나. 여기에는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열지 않았던 정부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세무사찰 가능성도 있어=특히 종교인 과세문제는 사실상 고용주가 없는 종교인의 사역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종교 본질적 문제부터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사찰 가능성까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교회 주요 기관은 자진납세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많은 교회가 종교인 납세를 하고 있다”면서 “종교인 납세 결정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자진납세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연합도 “조세형평성을 맞춘다는 명분 아래 정부가 소통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납세를 강제하고 있다”면서 “종교인 중 생활비를 받는 목회자를 타깃으로 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도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종교인 납세와 관련된 우려의 입장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고신 합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 주요 교단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용주 세무사는 “만약 종교인 납세가 명문화되고 교회의 불만세력이나 반기독교 세력이 투서를 하면 국세청은 교회를 상대로 세무조사나 세무사찰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정부권력에 교회가 예속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백상현 유영대 이사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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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탈세자 취급하며 납세 강요 자발적 납부로 가야”… 교계 ‘종교인 과세 결정’에 우려 목소리
입력 2015-12-01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