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나비효과’ 레바논까지

입력 2015-12-01 22:20 수정 2015-12-02 00:07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때문에 시리아 내전이 중동뿐 아니라 세계열강의 각축장이 되면서 그 ‘나비효과’가 인접국 레바논 정계까지 미치고 있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레바논 내 영향력 행사에 대한 찬반으로 반목하던 레바논 정치권이 두 거물 정치인의 밀약으로 새 정부 출범을 모색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18개월간 공석이었던 레바논 대통령 자리에 알아사드 대통령의 친구이자 전 총리였던 술레이만 프란지에(50)가 유력시된다”면서 “레바논의 정치적 위기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특히 “이번 ‘프란지에 옹립 계획’이 그간 레바논에서 반(反)시리아 연대의 선봉에 섰던 수니파 정치인 사드 하리리(45) 전 총리의 아이디어라 더욱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하리리는 선친인 라피크 알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과 시리아 배후설로 출범한 ‘3·14동맹’을 이끌고 있다. 이와 맞서는 ‘3·8동맹’은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를 포함해 기독교계 최대 정파인 마론파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프란지에도 그 일원이다. 연정이 성사되면 프란지에 대통령 아래서 하리리는 차기 총리를 맡게 된다.

두 거물의 배후에는 중동의 양대 맹주 시아파 이란과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의 묵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리아 위기가 또 다른 주변국 분쟁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양국의 공감대가 조속한 레바논 정부 수립에 대한 지지로 표출됐다는 설명이다.

레바논은 지난해 ‘쓰레기 매립 대란’에서 촉발된 반정부 소요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의 혼란을 겪고 있다.

헤즈볼라는 차기 대통령으로 마론파의 마미셸 아운(80) 전 총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란지에가 알아사드와 막역한 사이라는 점에서 알아사드를 지지하는 헤즈볼라로서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 프란지에와 알아사드는 선친과 조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1970년대 레바논 내전 당시부터 시리아 군대를 파견해 내정에 개입해 온 알아사드 가문의 영향력 아래서 프란지에는 장관과 총리 등을 역임했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 당국이 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단체인 알누스라 전선이 억류 중인 자국 병사의 시신과 인질 16명을 이양받는 조건으로 IS의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전 아내 사자 알둘라이미와 그의 자녀 3명 등 모두 13명을 석방했다고 발표했다. 알둘라이미는 지난해 11월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넘어오는 도중 레바논 당국에 체포돼 구금 생활을 해 왔다. 알둘라이미는 석방 직후 “나는 알바그다디의 전 부인이고 그와 이혼한 지는 6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