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사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국고 지원 문제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지역별 배분 논의도 막판까지 진통만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산 심사의 최대 걸림돌은 여야의 ‘끼워팔기’식 협상 태도였다. 각종 법안 처리를 예산 심사와 연계시키면서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 권한을 스스로 무력화시켰다는 지적이 거세다.
예산안 의결 시한 하루 전인 1일 국회는 분주하게 돌아갔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오전부터 만나 사업별 세부 금액 등을 조율했다. 예결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누리과정 국고 지원과 SOC 배분 문제를 제외하면 나머지 쟁점들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예결위 심사 상황만 놓고 보면 2일 본회의 처리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당 내부 사정을 보면 상황이 간단치 않다. 안 의원은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안에 0원으로 돼 있고 새누리당은 누리과정 대신 화장실 개보수 비용 등을 줄 테니 ‘퉁치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또 “SOC 사업은 해도 해도 너무한 불균형 예산”이라며 “전남 목포·보성은 1000억원 증액도 불가하다고 하면서 대구·경북은 1조원 가까운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 투명화,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 통폐합 등을 요구하면서 “이 네 가지 쟁점은 예결위 간사선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다”고 손을 들었다. 앞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한 정부·여당의 태도는 안면몰수, 적반하장, 고집불통”이라며 “누리과정 국고 지원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걸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예정에 없던 예산 관련 긴급 당정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는 “2일엔 반드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노동개혁 5법 등을 예산과 반드시 연계해 처리하겠다”고 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노동개혁 5법 처리에 대한 확답이 없으면 이미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정부안대로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런 여야의 극한 대립이 원만한 예산 심사를 번번이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올해 예산 심사 역시 밀실, 졸속이었다는 비판을 샀다. ‘예산안조정소위’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회의엔 예결위 여야 간사와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 기재부 예산실장 정도만 참석한다. 여기서 어떤 항목의 예산이 얼마나 늘어나고 줄어드는지 예결위원은 물론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조차 자세히 모른다. 한 예결위원은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양당 간사에게 심사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국회 관계자는 “매년 시한에 쫓겨 심사하다 보니 잘못된 관행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야당 내에선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 담긴 2012년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훼손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은 “국회가 정부에 질질 끌려다니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권지혜 고승혁 기자 jhk@kmib.co.kr
누리과정 지원·SOC 예산 배분 막판 진통… 12월2일 2016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입력 2015-12-01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