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개혁위원회, 주류업계 말만 듣지 말고 빈병보증금 올려라

입력 2015-12-01 18:16
환경부의 빈병보증금 인상 계획에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이는 자원 순환 촉진을 통해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자는 범세계적 대의명분을 저버린 결정이다. 규개위는 최근 빈병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인상안을 심사해 소비자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빈병 회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빈병 회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주류업계의 주장일 뿐이다. 반면 환경부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지난 9월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빈병을 반납한다”는 응답은 12%에 그쳤지만 “보증금을 올리면 반납하겠다”는 응답은 88%에 달했다.

현재 빈병보증금은 소주와 맥주가 각각 40원, 50원으로 21년째 동결돼 있다. 경제적 인센티브 제도가 이렇게 긴 세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으면 거의 사문화된다. 따라서 보증금을 각각 100원, 130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만시지탄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운영하고 있는 빈병보증금제도를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라고 보는 시각 자체가 무지의 소산이다. 이 제도는 보증금을 받으려면 빈병 반납 부담을 져야 하는 소비자에 대한 규제다.

환경부 계획대로라면 취급수수료도 함께 오르므로 주류업계로서는 소폭의 가격인상 요인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빈병 재사용 횟수가 늘어 원가절감분이 훨씬 더 커진다. 그런데도 소주업계는 빈병보증금 인상 이전에 이를 빌미로 소주값부터 올렸다. 이제 규개위의 심사 결과대로 보증금 인상이 무산되면 소주값을 다시 내릴 것인가.

규개위는 또한 보증금 인상보다는 빈병 수거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또한 무지의 소산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빈병을 반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현재 빈병회수율이 95%로 선진국 수준(97%)에 근접하지만 재사용률이 85%로 선진국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낮은 것은 영세한 공병수집상들이 적은 인력으로 많은 병을 수거, 운반하는 과정에서 많은 병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규개위는 환경부가 제기한 재심사 과정에서 이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보증금 인상안을 수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