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자주 받는 문자 메시지가 있다. 연말 정기 인사로 옷을 벗게 된 대기업 홍보 담당 임원들의 작별인사다. 그동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면서 앞으로 새로운 길을 도모하겠으니 성원을 바란다는 내용이다. 더러는 떠나는 회사와 후임자를 잘 부탁한다는 마지막 애사심을 보인다. 상투적 문구지만 짠함이 배어 있다. 그들은 창졸간에 그만둔다. 나와 점심을 먹으면서 회사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던 사람이 다음 날 전격적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있었다. 심정이 어땠을까.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교류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착잡하다. 그러나 떠난 자리는 바로 다른 사람이 채우고 새로운 취재원과 기자의 만남은 무심하게 다시 이어진다.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근황이 확인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카카오톡 아이디에서 신상 변화가 감지되는 지인들도 적지 않다.
그나마 임원들의 사직은 아쉬움이 덜하다.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데다 그간의 경력이 재취업의 고리가 되기도 한다. 대기업 홍보 임원들 중 전 직장보다 규모가 작은 곳에서 다시 일하는 사례가 제법 있다. 인력 감축 등 이런저런 이유로 밀려나오는 중간 관리자급들은 막막하다. 회사를 나온 지 오래됐음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경영분석 전문사이트인 CEO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작년 국내 500대 기업 직원의 평균 근무기간은 10.3년에 불과하다. 힘들게 대기업에 입사해봤자 고작 10년 정도 다닌다. 자의 보다는 타의에 의해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일 게다.
올해는 회사를 떠나는 홍보맨의 수가 늘어날 것 같다. 경영환경 악화로 지원부서의 인원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어디 홍보뿐이랴. 분야를 막론하고 이미 구조조정 바람은 산업계 전반에서 거세다. 떠나는 사람들로 인해 스산한 12월에 심란함마저 더한다. 그들의 건투를 빌고 새 출발을 기원한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12월에 떠나는 사람들
입력 2015-12-01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