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준협] 멀어지는 소득 3만 달러

입력 2015-12-01 18:23

‘30-50 클럽’ 가입이 멀어져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50-30 클럽’ 말이다. 그날 대통령은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50-30 클럽 국가는 지구상에서 여섯 나라뿐이며,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식민 지배와 전쟁 폐허에서 세계 으뜸국가로 거듭나고 있는 대한민국 70년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짙게 배어 있다.

사실 30-50 클럽 이야기를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한 것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년 12월에 발표한 ‘2015년 국내 트렌드 10+1’에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일곱 번째로 2015년에 30-50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높은 생활수준과 경제규모를 동시에 갖춘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다는 의미”라고 밝힌 바 있다.

1953년 67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소득이 1977년 수출 100억 달러 달성과 함께 1000달러를 넘어섰다. 1994년에 1만 달러를 돌파하고, 1997년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2006년에 2만 달러로 폭풍 성장했다. 그런데 그 후 9년째 2만 달러 함정에 빠져 3만 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2014년 2만8180달러에서 2015년에 2만7000달러 내외로 후퇴할 것이 확실시되며, 2016년은 물론 2017년에도 3만 달러 아래쪽에서 맴돌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잠재성장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고 삶의 질도 개선되기 힘들다는 뜻이다.

1970∼90년대 8∼9%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3∼4%대로 떨어졌고, 2016∼2020년에는 3%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투자 부진으로 노동투입과 자본투입은 정체된 반면 기술혁신이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가 본격적인 은퇴 대열에 들어서면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2020년부터는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하면서 노동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된다. 투자 부진으로 고정자산 축적 속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자본의 성장기여도 또한 급락하고 있다. 게다가 기술혁신이 지체되면서 따라잡기(catch-up) 이후 ‘기술 프런티어’ 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실상부한 30-50 클럽 국가로서 선진국 수준의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다시 3%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먼저 인구절벽을 넘어설 만큼 충분한 인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출산율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나, 당장 출산율을 높이더라도 새로 태어난 미래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20년 이상 걸린다. 이것만으로는 2020년부터 시작되는 인구절벽과 2022년에 현실화될 노동력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청년과 여성, 고령층의 취업률을 높여 노동력 부족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하고, 재외동포와 외국인을 성숙한 공동체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며, 개성공단 등 북한 인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남북 격차를 줄이고 통일비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누려야 한다.

둘째, 연구개발투자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확대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고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며, 신성장 분야를 확충하고 실용화·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일한국을 앞당겨 경제적 잠재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통일이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2050년에 7만∼9만 달러까지 증가하고 한국의 경제력 순위도 10위권 내로 진입 가능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