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의 꽃씨 칼럼] 사회적 영성으로 재도전해 보자

입력 2015-12-01 20:26

교회 성장학자요 컨설턴트인 김성진 박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나에게 197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의 영성의 흐름을 나름대로 구분해 주었다. 70년대는 감각적 영성시대, 80년대는 지성적 영성, 90년대는 인격적 영성, 2000년대는 감성적 영성, 그리고 2010년대에 와서는 사회적 영성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분의 구분은 거의 정확했다.

70년대를 보자. 방언은사에서부터 성령체험을 하려고 얼마나 극성이었는가. 그때는 목회자도 생존 목회를 했고 대부분의 성도들이 필사적으로 은혜 받고 성령체험을 하려고 했다. 여름과 겨울에는 기도원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런데 그때 받으려고 했던 성령체험은 몸이 뜨거워진다든지, 피부로 느낄 만한 감각적 차원의 것이었다.

80년대부터는 지성적 영성의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각 교회마다 성경공부와 제자훈련이 시작되었던 시대다. 아무래도 은혜를 지성적으로 받고 말씀을 주지적으로 깨달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시류에 맞추어서 목회자들은 목회학 박사학위(D.Min)라도 받으려고 했고 목사들이 박사가운을 입고 강단에 섰다. 또한 지성적 설교를 해야 품격 있게 보이고 서점에는 존 스토트나 로이드 존스의 책이 즐비했다.

90년대에 와서는 지적인 영성을 넘어서 인격적 영성의 시대였다. 그때의 설교는 구체적으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강해설교 중심이었다. 인격적인 지도자가 존경받고 인정받는 시대였다. 2000년대에 와서는 감성적 영성의 시대가 되었다. 이때는 지성과 인격보다 성경을 이야기로 보고 어떻게 감성적으로 잘 전달하고 느끼게 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때 한국교회는 엄청난 시련을 당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적인 시류가 후기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구조주의 때는 모든 것을 정형화하고 일반화시켰다. 책상하면 모두가 학교의 책상을 연상했다. 그러나 후기구조주의는 정형화된 모든 것을 해체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한다. 더구나 감정의 폭력까지 가져오게 했다. 누가 한 번 나쁘다 하면 모두가 다 나쁘다고 해 버린다. 전기구조주의 때만 해도 자신과 의견이 달라도 이성적으로 납득이 되면 이해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나쁘다 하면 나쁜 선입견을 갖고 벌 떼처럼 일어나 공격한다. 이것을 쏠림현상이라고 한다. 한국교회는 쏠림현상의 일방적인 피해를 봤다. 그러다가 2010년대에 와서는 사회적 영성의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때 한국교회가 더욱 정체성을 갖고 시대사상과 정신을 선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회가 사회적 비판과 공격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사회적 역할을 할 기회가 왔다.

그런데 우리는 시대 트렌드와 사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너무 복음주의적 틀 안에만 갇혀 있으려 한다. 영국교회는 동성애나 이슬람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우리는 사회적 문제, 정치적 문제를 터치하지 않겠다. 오로지 복음만 전하고 기도만 하겠다”면서 방관했다. 세월이 지난 후 영국교회는 텅텅 비었고 신자율이 5%도 안 되는 비극적 상황이 되고 말았다. 교회가 사회적 영성이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편협한 사고방식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는 복음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복음을 전하고 예배에 충실해야 한다. 사회적 영성을 소유하면서 시대사상과 정신을 이끌어가야 한다. 초기 한국교회를 보자. 그때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정신적 선구자가 되어 시대정신의 이정표가 되고 나침반이 되지 않았는가. 이제 한국교회는 사회적 영성을 발휘해야 한다. 잘못된 것들을 지적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막을 것은 막아야 한다.

예컨대 동성애나 종교차별금지 등 독소조항이 담겨 있는 차별금지법 등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먼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도덕성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끼리 연합하고 뭉쳐서 사회적 영향력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개교회주의에 머물러 있고 끝까지 분열하며 이전투구에 빠져 있어야 하겠는가. 이러다간 현대인들이 도심 교회에 등을 돌리고 수도원 같은 곳을 동경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사회적 영성의 리더십을 통해 교회의 전성기를 재도전하고 되찾아 보자.

소강석 (새에덴교회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