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파리 테러 현장 찾아 희생자 애도

입력 2015-12-01 03:59
박근혜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공항 컨벤션센터에서 기념 촬영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둘째 줄 왼쪽)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앞줄 왼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신(新)기후체제 출범 노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파리 총회는 종착역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도 역설했다.

◇구체적 수치 제시하며 온실가스 감축 천명=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제1세션 10번째로 이뤄진 기조연설에서 우리 정부가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점을 역설했다. 먼저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한 뒤 제로에너지 빌딩, 전력 프로슈머 시장 개설, 제주도의 ‘카본프리 아일랜드’화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제시했다. 또 높은 제조업 비중에도 불구하고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기로 한 우리나라의 노력도 적극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신기후체제 협상 타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촉구했다.

COP21은 미국의 비준 거부 등으로 유명무실해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공약기간이 만료되는 2020년 이후 적용될 신기후체제 협상을 마무리하는 회의다. 기후변화협약당사국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등을 협의한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구체적인 대응방식을 둘러싼 입장차가 심해 합의문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뒤 성명을 통해 “총회 실패는 생각할 수도 없다. 실패한다면 처참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개막식 연설에서 “국제회의에 이처럼 높은 기대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이 총회는 지구와 삶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테러 현장 전격 방문, 희생자 애도=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마친 뒤 연쇄테러가 발생했던 파리시내 바타클랑 극장을 전격 방문,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 극장은 지난 13일 이슬람국가(IS)의 총격 테러로 9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다.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헌화하고 묵념을 했다.

다른 국가 정상들의 추모 방문도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벽 오를리공항 도착 직후 이곳을 찾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말콤 턴불 호주 총리 등도 바타클랑 극장을 직접 방문, 추모 꽃다발을 바쳤다.

테러 여파로 파리시내는 삼엄한 경비가 계속됐다. 프랑스 정부는 총회 경호를 위해 경찰 1만1000명을 투입했다. 르부르제 총회장으로 가는 도로 교통도 제한됐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도 회의 참석을 위해 오전 5시쯤 숙소를 나서야 했다.

박 대통령은 COP21 회의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9월 한·중, 10월 한·미, 11월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반도 주변 4개국과 정상외교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청정에너지 분야의 혁신사업인 ‘미션이노베이션’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파리=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