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3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중 FTA 연내 발효가 사실상 확정됐다. 수출 부진에 빠진 우리 경제가 거대한 중국 시장 개방을 보약삼아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정부는 특히 연내 발효가 되면 이달과 내년 1월 두 차례의 관세 인하 효과가 발생해 양국의 교역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FTA가 어느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중소기업과 농업 등의 피해도 예상된다.
◇주춤하던 수출에 청신호=올해 우리 경제는 수출입의 동반 부진으로 2011년부터 이어져 오던 연간 교역 1조 달러 달성이 사실상 무산됐다. 특히 수출은 지난 8월에 이어 10월에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역 대상 1위국인 중국과의 FTA는 대중 수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한·중 FTA는 한·미나 한·유럽연합(EU) FTA에 비해 낮은 수준의 FTA지만 양국의 수출입 물량 규모로 볼 때 그 영향력은 기존 2개의 FTA보다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수입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10.7%로 1위를 기록했다.
한·중 FTA는 최장 20년 이내에 양국 전체 교역 품목의 90% 이상에 대한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발효 즉시 중국 측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958개로 수출액 기준으로 연간 87억 달러나 된다. 정부는 내년 한 해 한·중 FTA로 인한 무역 규모 증가액은 수출 13억5000만 달러, 수입 13억4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공산품 교역 외에도 정부는 건설·환경·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내 유망 산업에 우리 기업의 조기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한·중 FTA 발효로 우리나라는 FTA 허브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중국 자본 국내 투자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 지적도=정부는 한·중 FTA 발효 후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96% 추가 성장이 예상되고, 소비자들이 얻는 이득(후생)은 같은 기간 146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만3805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2012년 5월 한·중 FTA 협상 개시 당시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당시 정부는 한·중 FTA가 낮은 수준으로 체결된다 해도 GDP는 2.28% 추가 성장하고, 소비자 후생과 일자리 효과를 각각 275억9000만 달러, 24만4400명으로 예상했다. 이는 10년 뒤에 정부 전망대로 한·중 FTA가 긍정적 효과만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로 제조 부문 중소기업 24개 업종 가운데 18개 업종이 15년 후 생산 감소를 겪을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가 피해보전책을 가동한다고 하지만 농업 등 취약 산업의 피해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향후 일정=국회 비준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한·중 FTA 정식 발효를 위해서는 후속 행정 절차가 남아 있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관련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에야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와 공포가 이뤄질 수 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국내 절차가 완료됐음을 통보한 뒤 발효 일자를 조율하고, 확정 서한을 교환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우리와 동시에 국무원 심의·보고와 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양국 모두 이런 절차를 진행하는 데 20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12월 20일쯤 발효되면 2015년이 FTA 발효 첫해가 돼 1년차 관세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내년 1월 1일에는 발효 2년차로 관세가 추가로 내려간다.
세종=이성규 기자,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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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30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