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이자를 현금 대신 멜론 음원 서비스나 게임 포인트로 돌려받는다.’(카카오뱅크 유니버셜 포인트) ‘결혼자금 모으기, 자산포트폴리오 관리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는다.’(케이뱅크 로보 어드바이저)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30일 베일을 벗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카카오와 KT라는 넓은 고객망을 확보한 사업자들이 참여한 만큼 간편결제(송금), 10%대 중금리 대출, 맞춤형 예·적금,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로 금융소비자와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금융 당국의 본인가와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인터넷은행 서비스가 본격 출시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카톡(카카오톡)으로 금융하다’=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 국민은행, 이베이 등이 참여한 카카오뱅크는 회원이 38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조기 정착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을 넓혀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을 활용해 경조사비를 메신저 대화 중에도 간편하게 보낼 수 있고, 공과금을 내거나 단체방에서 공동으로 회비를 관리할 수도 있다. 예·적금 이자는 현금과 각종 포인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자상거래(이베이), 인터넷 서점(Yes24), 게임(넷마블), 디지털 음악(멜론) 등 다양한 콘텐츠를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이 강조해 온 중금리 대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투자금융 이용우 전무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도 필요 없고 조달비용이 싼 데다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아 기존 은행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며 “10%대에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우리동네 네오뱅크’=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을 활용한 온라인 채널을 강조한다면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는 통신망을 활용한 오프라인 채널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모바일과 음성·홍채 인식 등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 외에 자동입출금기(ATM)를 활용한 비대면 인증 모델을 내세웠다. GS리테일의 편의점 점포 1000여개, 우리은행 ATM 7000여개, KT의 공중전화박스 1000여개를 통해 ‘우리동네 ATM’을 구축해 본인인증·계좌개설·대출·자산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거래정보가 없는 대학생이나 주부 등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정보 이외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3년 내 흑자 전환, ‘간편함’ 이상의 은행 서비스 가능할까=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3년 내 흑자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향후 수익성을 확보할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초기 3년간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은행들은 ‘점포 없는 은행’으로 비용이 싸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드결제를 이어주는 밴(van) 사업자나 온라인결제대행업체(PG)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없앨 계획이다.
간편한 은행거래에 따른 보안 문제도 과제다. 최고 수준의 탐지시스템을 갖춘다 해도 해킹 등 금융사고가 터질 경우 카드사 정보유출 때처럼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자본에 의결권 있는 지분을 4%에서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은행법 개정안(은산분리 완화) 처리가 국회에서 계속 늦어지는 점도 인터넷전문은행 주주 사이에서 잠재적인 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카톡銀 vs 공중전화·편의점 무인銀… 내년 하반기 뜬다
입력 2015-11-30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