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년부터 ‘이행강제금’ 직장어린이집 설치 놓고 공공기관 ‘시끌’… 미이행 사업장 공개

입력 2015-12-01 05:00
“아무래도 믿고 맡길 수가 있죠. 갑자기 일이 생겨도 걱정 없구요.” 광주 서구청에서 일하는 A씨(32·여)는 아침마다 아이를 동네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수고를 곧 덜게 됐다. 내년이면 구청에 직장어린이집이 생긴다.

광주 서구청은 상시근로자 945명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사업장이다. 영유아보육법은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에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지 못할 경우 지역 어린이집에 위탁보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 ‘직장맘’의 처지는 A씨같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의무사업장 1204곳을 조사했더니 301곳은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119곳은 실태조사에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명단에 공공기관 50여곳이 이름을 올렸다.

복지부는 2012년부터 매년 직장어린이집 의무 설치 미이행 사업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일종의 ‘망신주기’인데, 이걸로는 부족해 내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1년에 두 번 매기는 강제금은 한 번에 최대 1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지난 9월 복지부가 이행강제금 부과 계획을 발표하자 그동안 차일피일 미뤘던 대상 사업장마다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 관가가 시끌벅적해졌다. 동시에 잡음도 거세지고 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명단에 의무사업장이 아닌 곳이 포함되는 등 ‘오류’도 상당수 발견되면서다.

‘미이행’으로 분류된 공공기관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면서 엉성하게 조사했다고 꼬집는다. 미이행 명단에 오른 한 군청 관계자는 “같은 건물에서 일하지 않는 읍·면사무소 인원까지 집계되는 바람에 상시 근로자가 500명이 넘었다. 복지부에 소명서를 냈는데도 조정이 안 됐다”며 억울해했다.

같은 문제는 일선 경찰서에서도 발생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이행강제금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예산이 없는데 직장어린이집은 어떻게 만들고 강제금은 또 어떻게 내느냐”고 반문했다. 경찰청의 담당자는 “지구대나 파출소 등 다른 건물에서 일하는 근무자까지 상시근로자에 포함돼 복지부에 정정을 요구했다. 복지 차원에서 지방경찰청 단위로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복지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로 명단을 작성했다.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거나 명단 공표 이후에 연락이 왔다. 다시 조사 해 내년 4월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아직 이행강제금을 어떻게 부과할지 세부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일부 지자체는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 식으로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지방의 한 시청 관계자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예산안은 올려놨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예산이라도 올려두면 미이행 명단에서는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판 심희정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