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만명의 스웨덴 남부도시 벡쇼는 1991년 당시로서는 ‘무모한’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의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화석연료의 위해성이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지 않았던 때에 이뤄진 혁명적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벡쇼는 현재 유럽 최고의 그린 도시로 탈바꿈했다. 또 세계 각지에서 녹색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투어’를 오는 곳이기도 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벡쇼가 화석연료 절감의 ‘모범사례’로 발표될 예정”이라면서 “다른 나라들에도 큰 자극을 주는 케이스”라고 소개했다.
벡쇼의 현재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4t이다. 이는 유럽 6612개 지자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 1인당 배출량이 11.9t(2012년 기준)인 것과 비교해도 획기적으로 낮다.
벡쇼의 이런 성과는 거의 전 분야에서 재생 에너지를 썼기에 가능했다. 이곳은 우선 개별난방 대신 대부분 지역난방을 쓴다. 지역난방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열과 온수는 400㎞의 지하 파이프를 통해 각 가정에 보내진다. 발전소 연료의 90%는 숲이나 생활주변에서 버려지는 나무다.
보 프랭크 벡쇼 시장은 “트럭 3대 정도의 자투리 나무면 9만명 시민의 1시간용 난방과 온수 공급을 하기에 충분하다”면서 “개별난방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전기 생산을 위한 연료도 나무가 25%를 차지한다. 나머지 75%는 소수력발전이나 풍력, 바이오매스(식물을 썩혀 나오는 가스), 태양열을 이용한다.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도 바이오매스로만 운행된다.
가장 줄이기 힘든 게 자가용이나 수송용 차량의 화석연료 사용이다. 벡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2.4t 중 2t이 여기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이 도시는 전기차를 적극 도입해 또 한번 화석연료 사용을 크게 줄일 계획이다. 이미 택시는 전기차로 운행되고 있다. 충전용 전기는 바이오매스로 돌린 발전소에서 생산된 것이어서 100% 자연산 연료만 쓰는 것이다.
여기에다 공공기관 건물은 100% 나무로 짓는 정책을 도입했다. 열손실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공법을 통해 한겨울에도 추가적 난방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건물이다. 또 가축 사육이나 유통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고자 공공기관 식당에는 ‘고기 없는 월요일’을 도입했다.
벡쇼에서는 1세 때부터 재활용 및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어떤 연료를 쓰느냐는 것 못지않게 ‘사람’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가디언은 “벡쇼 시민들 스스로 녹색혁명의 롤모델로 존경받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그게 화석연료 절감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스웨덴 소도시 벡쇼, 나무에서 찾은 녹색미래… 24년 前 화석연료 사용 중단·1인당 CO₂세계 최저수준
입력 2015-12-0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