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치계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던 제러미 코빈(66·사진) 노동당 당수가 사임 위기에 처했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유럽에 퍼진 테러 위기로 주요국들이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나선 상황에서 코빈 당수가 영국 정부의 IS 공습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29일(현지시간) 노동당 일부 의원이 IS 공습에 반대하는 코빈 당수에게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하는 등 당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비주류 의원이었던 코빈 당수는 지난 9월 노동당 선거에서 6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고 당선됐다. 당시 그리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유럽에 불던 좌파 바람을 타고 반(反)긴축, 전쟁 반대 등을 주장하면서 당원들과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유럽의 안보 위기는 ‘전쟁 반대론자’인 그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하게 됐다. 파리 테러 이후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코빈 당수는 “과도한 보안이 인권을 억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캐머런 총리가 내놓은 시리아 내 IS 공습의 이유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설득했다.
코빈 당수가 영국의 IS 공습에 반대하는 가운데 톰 왓슨 노동당 부당수는 지난 2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영국이 시리아 내 IS 공습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폴 플린 의원 등은 공습에 반대하는 코빈 당수 때문에 “노동당이 끔찍한 혼란에 빠졌다”면서 코빈 당수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코빈을 당수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빈 당수는 이날 BBC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측은 분명히 다른 두 개의 시각을 갖고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일부 의원의 사퇴 요구에 대해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노동당은 30일 시리아 IS 공습 승인안에 대한 당내 표결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지 언론들은 영국의 시리아 내 IS 공습을 주장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번 주 내로 IS 공습 승인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반전주의자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 테러정국 살아남을까
입력 2015-11-30 21:46